고려대 명물 '영철버거' 이영철씨 빈소.사진=연합뉴스
고려대학교 명물 '영철버거'를 일궈낸 이영철 사장이 13일 57세를 일기로 별세하며 학생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를 잃은 듯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고려대 학생들의 허기를 달래던 1천원 버거를 고수하며 나눔을 실천했던 고인의 빈소에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폐암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철버거' 이영철 씨 빈소 앞 근조화환.사진=연합뉴스
이영철 사장의 빈소가 마련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에는 이 사장과의 특별한 인연을 가진 많은 이들이 찾아 애도했다.
고인은 학생들에게 '영철 장학금'을 지급하고, 동아리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등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었다.
졸업생 전탁현(27) 씨는 이 사장이 매년 '영철배 농구대회'를 개최해 학생들과 소통하고, 대회가 끝나면 직접 소고기를 구워주는 등 "학생들에게 베푸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으셨던 분"으로 기억했다.
또 다른 졸업생 서준영(28) 씨는 이 사장이 동아리 회식 때마다 친절하게 맞이하고 학생들의 고민도 들어주었다고 회상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고려대 기계공학부 동아리 '어울수레' 소속 김형섭(20) 씨는 이 사장이 동아리 지원금과 더불어 전기 자전거까지 흔쾌히 내주었던 사연을 전했다.
김연우(20) 씨는 이 사장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며 "연우 요즘에 잘하고 있지"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던 따뜻함을 기억하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이 사장의 가게 앞에는 조문객들이 놓고 간 조화가 줄지어 놓였으며, 한 졸업생이 남긴 꽃다발에는 "항상 감사했습니다. 말씀대로 베풀며 살겠습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아껴주셔서 고마웠습니다"라고 적힌 편지가 발견됐다.
온라인 부고장에 올라온 고려대 졸업생들의 조문 글.사진=온라인 부고장 캡처/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도 김현욱 수학강사를 비롯해 7백여 개가 넘는 추모 글이 이어졌다.
한 졸업생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학식도 먹기 힘들 때 천원짜리 영철버거를 우걱우걱 먹었다"며 "춥고 연약했던 대학 시절을 배불리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서울 성북구 '영철버거' 앞 놓인 조화와 편지.사진=연합뉴스
2000년 고려대학교 앞에서 손수레로 1천원짜리 버거 장사를 시작한 고인은 한때 전국 가맹점 수십 곳을 이끌 정도로 사업을 번창시켰다.
그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버거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으며, 고려대학교에 매년 2천만원을 기부하여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했다.
특히 2015년 경영난으로 가게가 한차례 폐업하는 위기를 맞았을 때, 고려대 학생 2천5백여명이 온라인으로 6천8백여만원을 모금하여 재개업을 돕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는 고인이 학생들에게 베푼 사랑과 희생에 대한 감사의 결과였다.
이영철 사장의 빈소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12월 15일 오전 6시 30분이다.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