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등 각종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크게 줄어들자 주요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이하 마통) 사용액이 약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급증했다.
주택뿐만 아니라 주식, 금, 가상화폐 등 다양한 자산 투자에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연말·연초의 높은 자금 수요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마통 중심의 신용대출 증가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1일 기준 개인 마통 잔액은 40조7천5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1월 말(40조837억 원) 이후 열흘 남짓 만에 6천745억 원 늘어난 수치이다.
역대 월말 잔액과 비교했을 때 2022년 12월 말(42조546억 원) 이후 최대 기록에 해당한다.
특히 이달 들어 마통 잔액은 하루 평균 613억 원 규모로 증가해 11월 하루 평균 증가액(205억 원)의 약 3배에 이르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5대 은행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 추이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NH농협)의 11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신용 한도대출) 잔액은 40조7천582억원으로 집계됐다.사진=연합뉴스
금융소비자들이 마통을 앞다퉈 사용하는 주된 이유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레버리지 투자 열기가 지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KOSPI)가 주춤하지만 여전히 역사상 최고 수준이며, 금과 비트코인 등 역시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마통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 심리와 관심이 매우 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범위 내로 제한하는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중·저소득층의 신용대출 증가세는 둔화하는 반면 고소득·신용 차주의 투자 자금용 신용대출 수요가 이어지면서 마통 시장에도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잇단 부동산 대책과 규제로 주담대 한도가 줄면서 주춤했던 마통 잔액이 10월부터 12월까지 급증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은행의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영향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당분간 마통 이용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6·27, 10·15 대책으로 신규 신용대출은 받기 어려워졌지만 이미 개설해 둔 마통은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투자 용도 외에도 연말·연초가 다가오면서 생활비 등 소비 목적의 마통 활용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대조적으로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1일 현재 768조3천134억 원으로 이달 들어 1천79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증가액(163억 원)이 11월(504억 원)의 약 3분의 1에 불과해 사실상 정체 상태를 보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610조8천646억 원)의 경우 전월 말(611조2천857억 원)과 비교해 4천211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아직 월말까지 20일이 남아있지만, 최종적으로 이달 주택담보대출이 역성장으로 확정되면 2024년 3월(-4천494억 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이미 6천59억 원(105조5천646억 원→106조1천705조 원) 더 늘었으며, 일평균 증가 속도(551억 원) 역시 11월(277억 원)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은행 관계자는 “연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주요 은행들에서 사실상 올해 연내 실행될 주담대 취급이 중단된 가운데 상환만 이뤄지는 상태”라며 “주담대의 경우 내년 초에야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