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중앙회와 재향군인회가 설립한 상조회사 간 장례 서비스 제휴 협정 보증 계약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이 재향군인회에 상조 서비스 이행의 보증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하급심 결정을 뒤집었다.
재향군인회에 보증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 법원에 돌려보낸 것이다.
지난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신협중앙회가 재향군인회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채무존재확인 소송에서 지난달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재향군인회가 설립한 상조회사인 재향군인회상조회는 2007년 신협중앙회와 장례 서비스 제휴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신협중앙회가 조합원들을 상조회원으로 모집하고, 가입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협정에 따라 2020년까지 신협중앙회를 통해 조합원들이 상조회사와 체결한 계약은 약 35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상조회사의 안정성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자 신협중앙회는 위험 방지 조치를 재향군인회에 요구했다.
이에 재향군인회는 2008년, 재향군인회상조회가 협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재향군인회가 책임지고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지급보증서를 신협중앙회에 교부했다.
더 나아가 재향군인회는 2013년 해당 지급보증에 관한 안건이 이사회에서 가결되었다는 의결서도 신협중앙회에 보냈다.
그러나 갈등은 2020년 재향군인회가 상조회사 매각에 나서고 상조회사가 컨소시엄을 거쳐 보람상조에 최종적으로 넘어가면서 불거졌다.
신협중앙회는 재향군인회를 상대로 지급보증서에 근거한 보증채무의 존재를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신협중앙회는 ‘상조회사가 부담하는 채무 중 신협 조합원들에게 상조서비스를 이행하기로 한 채무에 관해 보증채무를 부담함을 확인한다’고 청구 취지를 구체화했다.
1심 법원은 신협중앙회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2심은 "제휴 협정에 따라 상조회사가 신협에 부담하는 채무는 상조회원 모집 수수료 등 지급 의무에 한정될 뿐 상조 서비스를 이행할 채무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신협중앙회 패소로 판결했다.
이는 지급보증서 문구대로라면 재향군인회는 '상조회사가 신협중앙회에 지는 채무'의 이행을 보증한 것이지, '상조회사가 조합원들에게 지는 상조서비스'의 이행까지 보증한 것은 아니라는 2심의 해석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이 계약의 전체적인 맥락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잘못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계약을 해석할 때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이지 않고 당사자 사이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 탐구해야 하며, 계약의 형식과 내용, 체결 동기와 경위, 달성하려는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리를 명시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재향군인회와 신협중앙회 사이에 '상조서비스 이행 의무를 재향군인회가 보증한다'는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향군인회가 상조 서비스 미이행에 따른 조합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협중앙회의 질권 설정을 요청하자 문제의 지급보증서를 작성해 교부한 점, 지급보증서에 첨부된 이사회 의결서에 '상조회사의 상조서비스 이행을 보증한다'고 명기된 점 등을 근거로 재향군인회가 상조서비스 이행 의무에 대한 보증채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제휴 협정에 따른 상조서비스 이행 의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상조회사가 이행 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과 그 법률관계 발생 근거, 재향군인회가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에 관한 법률적 구성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질문하고 증명을 촉구하거나 의견을 진술하는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런 석명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않은 채 재향군인회가 '상조회사의 신협중앙회에 대한, 제휴 협정에 따른 채무'만을 보증했다고 해석한 다음 그 채무에는 상조서비스 이행 의무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계약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석명 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