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야권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한 점을 두고 지난 14일 "이미 위서(僞書)로 결론 난 것을 의미 있는 논쟁이 계속되는 것처럼 공식 석상에서 말한 것은 문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지난 12일 업무보고 과정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단고기가 문헌이 아니냐'고 직접 물어 정치권에서 진위 논쟁을 다시 점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야권은 이재명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여전히 진위 논쟁이 벌어지는 역사적 사료로 간주하며 그 내용을 믿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자, 대통령실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관련 발언은 이 주장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과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김은혜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원전 7천년에 벌어진 일이라는 '환단고기'는 신앙의 영역이지 역사가 아니었다"며, 학계에서 이미 위서로 규정된 점을 강조했다.
김은혜 부대표는 개인 소신을 역사에 강요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사이비 역사를 검증 가능한 역사로 주장할 때 대화는 불가능해진다고 비판했다.
김 부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관점의 차이라고 여기는 것은 백설공주가 실존 인물이라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사태는 논란이 아닌 것을 의미 있는 논란이 있는 것처럼 억지로 만들어 혼란을 일으킨 무지와 경박함이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지구가 구체가 아니라는 '지구평평설'이나 인류가 달에 가지 않았다는 '달 착륙 음모론' 같은 것들도 논란이 있으니 국가 기관이 의미 있게 다뤄져야 하는 것이 된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꼬집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또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환단고기는 위작"이라며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일축했다.
이준석 대표는 별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에서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환단고기는 문헌 아닌가'라고 발언해놓고 대통령실은 '분명한 역사관 아래서 역할 해달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는데, (윤석열 정부 시절) '날리면'을 '바이든'이라고 들은 것이라 한 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과거의 논란을 언급하며 대통령실의 해명이 "궁색하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대통령실이 해야 할 일은 궁색한 해명이 아니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