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사진=연합뉴스

검찰이 2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의 허위 발표 의혹과 명예 훼손 부분만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무리한 조작 기소'라는 정부 내부의 비판과 거세진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1심에서 전부 무죄가 선고된 법원의 판결 중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고(故) 이대준씨가 월북으로 오인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망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 씨의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국방부와 국정원이 사건 관련 첩보와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했다는 의혹 관련 부분 등은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은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 검찰의 ‘선택적 항소’ 배경…정부 비판 여론과 국정원 고발 취하 영향

검찰이 피고인 5명 중 2명의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하기로 결정하며 항소 범위를 최소화한 데는 법원의 전부 무죄 선고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진 점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국정원이 최근 박지원 전 원장과 서훈 전 실장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면서 검찰이 항소해 재판을 이어갈 명분이나 동력이 사라진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정원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 6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동해 북한어민 북송 사건 등에 관한 감찰 조사를 벌여 수사 의뢰를 결정한 뒤 그 해 7월 검찰에 사건 관계자들을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 고발을 근거로 박지원 전 원장 등이 서훈 전 실장의 '보안 유지' 방침에 동조해 국정원과 국방부 직원들에게 관련 특수첩보와 문건 등을 삭제하게 했다고 보고 함께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국정원은 법원의 무죄 선고 이후인 2025년 12월 29일, 고발 내용이 사실·법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고발 취하를 결정했다.

검찰이 1심 재판에서 국정원과 국방부가 이 씨의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자료를 삭제한 것이라며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음에도, 법원이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은폐 의도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점도 항소 범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서욱·박지원·노은채가 특수첩보 관련 내용의 삭제·회수를 지시·전달해 실제 삭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다만 삭제 조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고, 조치들이 지휘계통, 업무절차를 따라 진행됐고 모두 문서로 남아있었다"며 은폐 의도를 인정하지 않았다.

선고공판 출석하는 서훈·박지원·서욱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25년 12월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껍데기 항소’ 비판과 유족 반발…사건 본질 규명 기회 상실 우려

다만 법원이 자료가 삭제된 사실은 인정했기 때문에 상급심에서 은폐 의도와 관련한 법적 판단을 추가로 받아볼 필요가 있고, 보안 유지 지시 등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도 더 다퉈볼 필요가 있다는 수사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과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는 '선택적 항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박지원 전 원장이 연루된 자료 삭제·은폐 시도 의혹과 관련한 공소 사실을 항소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무죄를 확정 지으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심은 사실상 군과 해경의 허위 수사결과 발표 의혹만 심리할 수 있기 때문에 윗선의 개입과 지시 등 사건의 본질에 대한 상급심 판단을 구할 기회는 없어진 만큼, 일각에서는 '껍데기 항소'라는 비판도 나온다.

고(故) 이대준 씨 유족 또한 이날 결정에 대해 '검찰의 꼼수'라고 반발하며 "검찰의 일부 항소 결정에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고발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