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 타결을 이끈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와 관련하여, 현지 투자는 물론 미국 조선 인력 양성이 핵심 지원 방안으로 부상하며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국내 '빅3' 조선업체인 에이치디(HD)현대의 조선 지주사 에이치디(HD)한국조선해양(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에이치디(HD)현대미포·에이치디(HD)현대삼호)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 국내 전문가 파견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조선 산업의 인적 역량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협상단이) 미국에 있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훈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히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미국의 가장 아픈 부분이 배를 짓는 데 지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노동자들이 없는 것"이라며"조선 산업의 핵심은 배 용접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 우리가 미국 노동자들에게 기술을 트레이닝하겠다고 했고, 이런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 측이) 굉장히 현실성 있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조선소 현대화 등을 위한 1천5백억 미국 달러(약 2백6조2천5백억 원) 규모의 마스가 전용 펀드에 더해, 구체적인 현지 조선 인력 양성안이 미국 정부의 마음을 움직여 협상 타결에 크게 기여했음을 의미한다.

현지 인력 양성 계획은 국내 '빅3'이자 세계 1위 조선 업체인 에이치디(HD)한국조선해양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디(HD)한국조선해양은 협상 전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과거 미국과 맺었던 인력 양성 업무협약(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정부는 이 제시안에 근거해 미국 측에 인력 양성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력 양성안에는 용접 등 조선 기술 전문가를 미국으로 직접 파견해 교육하고, 미국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인턴십(Internship)을 수료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현지에 교육기관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조선업계 관계자는 밝혔다.

HD현대 '한미 조선산업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 협력 업무협약(MOU)'.연합뉴스


에이치디(HD)한국조선해양의 모그룹인 에이치디(HD)현대는 지난해 7월 미국의 조선업 재건 지원을 위해 서울대학교 및 미국 미시간대와 '한미 조선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협력 업무협약(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업무협약(MOU)에 따라 에이치디(HD)현대와 서울대는 미시간대와의 공동 교육, 인턴십(Internship) 프로그램 도입 등 협력 방안을 마련했으며, 이 방안이 확대되어 정부의 협상안에 담겼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에이치디(HD)현대는 지난 6월 24일부터 25일까지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에이치디(HD)현대 글로벌 알앤디(R&D, Research & Development) 센터에서 미시간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등 미국 주요 대학의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진 40여 명과 함께 '한미 조선협력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여기에서도 논의된 인력 양성 방안은 올해 미국에서 열리는 2회차 행사에서 더욱 구체화될 예정이며, 논의된 내용은 한국과 미국 정부에도 공유될 전망이다.

미국 USTR 대표 만난 정기선 수석부회장.사진=연합뉴스

에이치디(HD)현대와 미국 대학과의 업무협약(MOU)은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 장관의 제안에 따라 체결됐다.

당시 델 토로 장관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유능한 조선 엔지니어를 양성하려면 세계적인 수준의 교수진과의 협력은 물론 선박 설계 교육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기선 에이치디(HD)현대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조선업체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했다. 이를 고려할 때 상선에 이어 특수선 분야 인재 양성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국과의 함정 사업 협력에서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이지스함이다. 에이치디(HD)현대의 조선 계열사인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은 국내 이지스함의 기본 설계를 모두 주관한 국내 유일의 조선사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통상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제주를 찾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대표와도 만나 이러한 협력 방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도 미국이 관심을 가진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위해서는 현지에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과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와 생산성 및 기술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은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이 함께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지에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은 미국 조선소 현대화에 주력하는 한편, 에이치디(HD)한국조선해양은 인력 양성 등 실질적 지원에 중점을 맞춰 향후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