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받고 귀가하는 김건희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 여사는 이 조사에서 제기된 주요 혐의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검팀은 이튿날인 7일 오후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 '공천 개입' 의혹 해명과 '선 긋기' 주장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날 특검팀 조사에서 김영선 의원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 관련 연락에 대해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을 통해 끊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명씨로부터 불법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대가로 그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한 김 여사는 작년 4·10 총선에서 친분이 있는 김상민 전 검사를 김 전 의원의 선거구인 경남 창원 의창에 출마시키기 위해 힘을 썼다는 의혹도 받는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대선 반년 전인 2021년 7월 처음으로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요청했다고 보고 사실 여부를 추궁했으나, 김 여사는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하거나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의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명씨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소개해주는 등 정치적 조언을 받아 고마운 마음이 있었지만, 여론조사는 보내주니까 받아본 것일 뿐 부탁한 적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조사 마친 김건희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부인 및 다른 혐의 관련 진술
특검팀은 전날 김 여사를 상대로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외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자본시장법 위반), 건진법사 청탁(알선수재), 명품 목걸이 재산신고 누락(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을 조사했다.
당초 출석요구서에 포함된 대선 경선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첫 번째 순서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조사하며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 녹음 파일을 제시했고, 주가 조작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추궁했다.
당시 녹음 파일에는 '계좌관리인 측에 40%의 수익을 주기로 했다'는 등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육성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여사는 녹음 파일은 정황증거일 뿐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당시 서울대학교 경영전문석사 과정에 매진하느라 다른 활동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나 주가 조작 세력과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주가조작 '선수'들을 소개받은 건 맞지만 이들을 통한 투자가 손실로 이어졌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향하는 김건희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건진법사' 청탁 및 고가품 의혹 관련 소명
김 여사는 통일교 전 세계 본부장인 윤모씨가 2022년 4월에서 8월께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자신에게 고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백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물품을 받은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전후로 대통령실이 전 씨에게 '대통령 부부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전 씨와 거리를 뒀다는 취지의 설명도 했다.
현재 거주하는 주상복합단지에 전 씨가 여러 차례 방문한 사실을 놓고 그 이유를 추궁하자, 김 여사는 자신을 만나러 온 게 아니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참석차 스페인에 방문했을 때 착용한 고가 목걸이를 재산 신고 내역에서 누락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2010년 모친 최은순씨 선물용으로 산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진술했다.
모친에게 선물한 이후 행사에 참석할 때 사용할 일이 있어 빌려 사용한 것이고, 평소에도 모조품을 자주 구매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목걸이가 오빠 김진우씨의 장모 집에서 발견된 경위에 대해서는 "해당 목걸이를 착용한 뒤 논란이 돼 이후로는 착용하지 않은 채 방치했고, 오빠가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목걸이의 진품은 6천만원 상당으로, 공직자윤리법상 500만원이 넘는 보석류는 신고 대상이다.
김 여사는 특검팀 압수수색 과정에서 목걸이와 함께 발견된 고가의 그림 역시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우환 화백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이 유명한 작품이라 모조품으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높아 살 이유가 없다는 게 김 여사의 항변이다.
김건희 여사 출석 지켜보는 시민들
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각종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천수삼 농축액' 의혹 및 '건희2' 휴대폰 관련 해명
김 여사는 또 다른 청탁성 뇌물로 알려진 천수삼 농축액에 대해선 "삼 종류는 체질에 맞지 않아 탈이 나서 먹지 못한다"며 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다.
김 여사가 윤씨에게 "인삼 제품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취지로 말한 통화 내역을 특검팀이 제시하자 "'윤씨에게 전화 좀 해달라'는 전 씨의 부탁을 받고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또한 전 씨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 사용한 '건희2' 휴대전화를 사용한 건 자신이 아닌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특검팀 판단과 구속영장 청구
그러나 특검팀은 이미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김 여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3가지다.
김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10분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당일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