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방 속 눈감은 조희대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을 두고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고 규정하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법부는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 독립이 훼손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공격을 지양해 줄 것을 촉구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법원장 '정치적 의혹' 제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을 앞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측근 김충식 씨를 만나 오찬을 하며 재판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들은 조 대법원장의 통화내역, 차량 일지 등 개인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감사, 질의 답변하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법원, "합리적 근거 없는 정치적 공격"…법관 독립성 강조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한 88쪽 분량의 '대법원 현안 관련 긴급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이러한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대법원은 "국회에서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권력 견제의 범주 안에 속한다"면서도 "그런 논의가 판결을 담당한 법관 개인에 대한 근거 없는 정치적 비난이나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법원장이 외부 세력과 공모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심리와 판결을 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의혹 제기의 당사자들은 만난 사실 자체가 없고, 조 대법원장과 개인적 친분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휴대전화 통화내역, 차량 블랙박스(black box) 등 개인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근거에 기초한 의혹의 제기 없이 법관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사법권의 독립이 훼손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공격을 지양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조희대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가 선언되자 법사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 사건 신속 심리 배경 상세 설명

대법원은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이 유독 신속하게 선고된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대법원은 "심리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운을 떼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되었음은 판결 이유에 나타난 바와 같다"고 밝혔다.

이어 "선고 시점은 심리 관여 대법관들의 치열한 검토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선거법이 선거범죄 사건의 재판 기간을 강행규정으로 둔 취지가 "신속한 재판을 통한 재판의 실효성과 선거의 공정성, 당선인 혹은 관계인들의 법적 안정성과 국민의 대표성을 보장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비어있는 국정감사장 대법원장 자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조희대 대법원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사진=연합뉴스


◆ "전원합의체 회부, 대법원 원칙적 심리 방식"

대법원은 당초 소부(小部)에 배당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조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하고자 직접 전원합의체(全院合議體)에 회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헌법 제102조는 '대법원에 부를 둘 수 있다'고 정해 소부 개설 가능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대법원의 원칙적 심리 방식이 전원합의체임을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사건을 별도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거나 배당하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고, 전원합의체 '회부'는 전원 합의 기일이 지정된 것을 지칭해 편의상 관행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속 처리가 필요한 주요 사건에서는 소부 심리를 별도로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전원합의체 심리를 전제로 사건 검토를 진행한 사례가 다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국정 농단 직권남용 등 과거 주요 사건에서도 상고심 사건 접수 직후 전원합의체 심리를 전제로 사건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 국정감사장 재생되는 대통령 대선 후보 당시 인터뷰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의 질의 중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출연했던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인터뷰가 재생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이례적 처리 통계

대법원 답변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평균 처리 기간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약 3배 안팎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3.9개월, 2021년 8.4개월, 2022년 3.4개월, 2023년 2.4개월, 2024년 3.1개월, 2025년(상반기) 3.1개월 수준이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은 올해 3월 27일 접수돼 한 달여 뒤인 5월 1일에 선고가 이뤄졌다.

또한 최근 6년간(2020년∼2025년 6월) 사건 접수일부터 종국일까지 35일 미만이 소요된 대법원 형사사건은 총 1천822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파기환송 판결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이 유일했다.

2002년 이후 사건 접수일부터 종국일까지 35일 미만이 소요된 대법원 형사 사건은 대부분 상고기각 결정 또는 상고기각 판결 사건이었다.

파기환송, 파기자판, 파기이송 등 사건은 2004년 2건, 2006년 1건, 2007년 1건, 2009년 1건, 2025년 1건(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에 불과했다.

대법원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대법원장이 독단적으로 심리 일정이나 판결 선고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판결문의 다수의견에서 "1심과 2심의 결론도 정반대였다.

이런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됐다"며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심리 및 선고 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