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전경.사진=연합뉴스

국민 4명 중 3명은 이른바 '노란봉투법' 통과 시 노사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 경제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 소통 플랫폼 '소플'을 통해 국민 1천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현장의 노사 갈등은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6.4%가 '보다 심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중 '매우 심화할 것'이 28.4%, '심화할 것'이 48%를 차지했으며, '완화할 것'이라는 답변은 21.4%에 그쳤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80.9%는 '개정안 통과 시 파업 횟수와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 법안이 산업 현장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임을 드러냈다.

특히, '더 센 노란봉투법'으로 거론되는 '사업 결정상 결정에 대해서도 노동쟁의가 가능하게 하자'는 법안에 대해서는 단 8.2%만이 공감한다고 답해, 경영권 침해 우려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매우 낮음을 시사했다.

여당의 8월 임시국회 처리 방침에 대해서도 국민적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응답자의 65.3%는 '사회적 소통을 충분히 거친 후 논의해야 한다'(47.0%) 또는 '경제계 반발을 고려해 9월 이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18.3%)는 의견을 내놨다.

'8월 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34.7%에 불과해, 졸속 처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함을 알 수 있다.

[그래픽] '노란봉투법' 쟁점
지난 2023년 11월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노동계와 야당은 노조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막고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영계와 정부·여당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현장에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반대한다.사진=연합뉴스


경제계 역시 해당 법안의 통과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극심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00개 국내 기업과 167개 외국인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개정안 통과 시 고려 중인 대응 방안에 대해 복수 응답하도록 한 결과, 전체의 45.5%가 '협력업체 계약 조건 변경 및 거래처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40.6%가 '국내 사업의 축소·철수·폐지 고려', 30.1%가 '해외 사업 비중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답해, 기업들의 '탈韓'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중소기업들은 개정안 통과 시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 '법적 분쟁 대응이 어렵다'(37.4%)를 꼽았으며, '원·하청노조 갈등 시 거래 축소와 철회, 갱신 거부'(36.2%), '불법 파업 면책 확대에 따른 영업 차질'(35.5%) 등도 주요 우려 사항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 기업의 경우 '본사 투자 결정 지연 또는 철회 가능성'(50.3%)이 가장 큰 우려로, '본사 정책과 한국 노동법 규제 간 괴리 확대'(39.5%), '한국 시장 투자 매력도 하락'(33.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노란봉투법이 한국의 대외 투자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혁신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반적으로 줄고 있는 가운데 관세 압박, 중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 폐쇄적 규제 환경, 저출생, 고령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전환, 새로운 성장 모델 발굴까지 숙제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업뿐 아니라 국민들도 충분한 소통을 통한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이 공통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는 법안 통과에 앞서 더욱 신중한 접근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경제계의 간절한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