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소장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 연설 뒤 존 햄리 CSIS 소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의 안보 협력과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병행했던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더 이상 과거처럼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히자, 중국은 한중 관계 발전이 제3국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27일 발표했다.
이는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노선에 대한 중국의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심화하는 중한 관계는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정 및 발전·번영에도 이롭다"고 말했다.
이어 "중한 관계의 발전은 양국 공동 이익에서 기원한 것"이라며 "제3국을 겨냥하지도, 제3국 요인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대(對)한국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중국과 함께 노력하여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초청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방미 중인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은 강연 중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경제적 실익은 다른 곳에서 취한다는 의문'에 대한 질문에 '안미경중'을 언급하며 "한국이 과거처럼 이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었고, 미국 정책이 명확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배경을 설명하며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부연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안보와 경제 정책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며 사실상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안미경중'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원칙론적 입장을 반복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으나, 중국 관영매체는 즉각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을 통해 "한국은 격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어떻게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고 확대할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수주의 논조로 알려진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반도체·공급망·대만해협·남중국해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 미국 요구에 따라 무조건적인 대(對)중국 견제에 나선다면, 이는 곧 한국의 국가 운명을 위험한 전차에 스스로 묶어버리는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어서 "한국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다면, 한국 경제와 국민의 삶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가장 근본적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의 선택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예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특히 '안미' 접근으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배치되며 한중 관계가 훼손되었던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의 외교 노선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매체는 "건전하고 안정적인 중한 관계는 그 자체로 한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 중 하나이며, 한국이 외부 압력에 저항하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게 "체스판 위의 말이 될지, 체스판의 플레이어가 될지 독립적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