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정책 연설' 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기간 동안 한미 양국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한 발언을 겨냥해 "아직도 헛된 기대를 점쳐보는 것은 너무도 허망한 망상"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한 북한의 뿌리 깊은 불신과 함께, 김정은과 친분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이하 통신)은 27일 '《비핵화망상증》에 걸린 위선자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국위이고 국체인 핵을 영원히 내려놓지 않으려는 우리의 립장은 절대불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통신은 한국을 "국가의 모든 주권을 미국에 고스란히 섬겨바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정치적 가난뱅이"라고 조롱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비핵화망상증》을 《유전병》으로 계속 달고 있다가는 한국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리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위협적인 경고를 날렸다.
통신은 또한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외부로부터의 적대적 위협과 세계안보력학구도의 변천을 정확히 반영한 필연적 선택"이라며,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핵 개발이 정당한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통신은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우리를 심히 모독했다"고 반발하며, 이는 "한국을 왜 적이라고 하며 왜 더러운 족속들이라고 하는가를 보여주는 중대한 계기"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를 언급하면서 "한국에서 10여 차례 정권이 바뀌어왔지만 반공화국 기조만은 추호도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원래 한국은 우리에 대한 대결정책을 국책으로 정한 철저한 적대국"이라며, "이재명정권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며 이재명 대통령 정부를 적대적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초 "마치 《조한관계》를 회복할 의사가 있는 듯이 놀아댔다"며, "집권 80여 일 만에 《조약돌》과 같은 그럴듯한 언사를 늘어놓은 지 불과 10일도 안 돼 본심을 감추지 못하고 대결광의 정체를 낱낱이 드러낸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진정성을 폄하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북미정상 (PG).사진=연합뉴스
이날 논평은 이재명 대통령의 '비핵화' 발언에 국한된 것으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언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북미 대화 추진 의지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은 담기지 않았다.
또한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이 논평이 실리지 않았다. 이는 김정은과 친분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한 한국을 전략적으로 분리 대응하며, 대미 대화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반응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트럼프의 러브콜에 무반응은 내부적으로 검토 등 대응 준비를 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말만 하지 말고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등 분위기 조성부터 하라는 무언의 시위"라고 분석하며 북한의 외교적 계산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에서 한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는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 한국도 이 체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비핵화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으로 표현하며 "억압하는 것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적절히 관리할 수단도 필요하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