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열병식 예행 연습.사진=연합뉴스

중국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열병식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며 우호 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다.

반면 일본과 대만 등은 이러한 움직임에 맞서 '참석 금지'를 촉구하며 중국의 의도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대만 정부가 내부적으로 '열병식 불참령'을 내린 데 대해 "역사와 민족을 배신하는 비열한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발언은 전날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가 공무원과 연예인 등 유명 인사를 대상으로 본토 열병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한 데 이은 것이다.

대만 당국은 전현직 고위급 국방·정보·외교 관료가 열병식에 참석할 경우 연금 지급 중단 등 강력한 처벌 조치를 경고한 상태다.

대만 당국은 공산당의 항일전쟁 주도 주장에 대해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이며, "국내외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 열병식 참석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최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하여 일본 정부가 중국 기념식은 지나치게 과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반일적인 색채가 짙다면서 각국에 참석 보류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했다"면서 "일본이 진심으로 역사 문제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싶다면 성실한 태도로 침략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일본 군국주의 침략으로 고통받았던 모든 국가에 대한 모욕"이라며 "마치 나치 독일에 의한 만행을 되돌아보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지 않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호르헤 톨레가 유럽연합(EU) 대사를 비롯한 중국 주재 유럽 외교관들도 열병식 불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South China Morning Post)는 18일 익명 소식통을 인용하여 중국 주재 유럽 외교관 일부는 불참을 결정했으며, 그 기간에 휴가나 해외행을 택한 경우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불참 기류는 대만의 양안 갈등 및 승전 관련 정통성 문제,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으로서의 패전 경험, 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 등 개별적 요인에 기인한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의 긴장 고조 역시 불참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다음 달 1일 톈진에서 종료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 정상회의에 이어 다음 달 3일 베이징에서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하며, 이를 통해 반(反)서방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열병식에는 SCO 및 브릭스(BRICS, Brazil, Russia, India, China, South Africa) 회원국 정상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이 참석한다.

또한 유럽에서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등이, 동남아시아에서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