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승절 열병식 행사장으로 향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중국 시진핑 주석,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9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결속을 과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이들 세 정상이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서며 반미 연대를 공고히 한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미국 CNN이 3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승리 과정에서 미국이 흘린 피를 기억해야 한다”며 “시진핑 주석이 푸틴과 김정은과 함께 미국에 대항해 공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미국인이 중국의 승리를 위해 희생됐다”며 이들의 용기를 기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이 메시지가 중국의 전승절 행사가 트럼프에게 모욕감을 주려는 의도였다면 성공적이었다고 분석했다.
CNN은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과 권위주의 지도자들과의 친분으로 국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무의미해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푸틴을 알래스카로 초청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논의했으나, 푸틴은 러시아의 공습 강도를 높이고 트럼프가 제안한 2주 기한에 응답하지 않은 채 중국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푸틴과 김정은은 베이징에서 양자회담을 열어 러북 협력을 강화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 맞이하는 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CNN은 트럼프의 강압적 관세와 동맹국에 대한 변덕스러운 태도가 우방의 반감을 키우고,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안정적인 강대국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했으나, 중국의 희토류 패권에 타격을 입었고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특히, 트럼프의 50% 관세로 인해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중국과 밀착하는 계기가 됐다고 CNN은 전했다.
모디는 과거 트럼프와 친분을 유지했으나, 미국의 관세 공격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정상회의와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
샤르자 아메리칸대학의 재키 웡 교수는 “인도는 중국이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중국이 트럼프의 실책을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CNN은 트럼프 2기 정책의 목표가 러시아, 중국, 북한을 분열시키는 것이었으나, 오히려 이들을 단합시키고 인도까지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북중러의 결속은 동북아 안보와 글로벌 패권 이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