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초등학교 등굣길.사진=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20대 남성들이 초등학생들을 납치하려 한 사건이 실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 경찰의 미흡한 대응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5일 오전 8시 무렵, 해당 초등학교 앞은 자녀들과 함께 등교하는 학부모들로 활기찼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낯선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하는 등 이번 사건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심하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등굣길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불안감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신모(43) 씨는 "이런 일이 우리 동네에서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당분간은 매일 아이를 데려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김모(10) 양은 "경찰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을 때도 친구들끼리 '범인 검거에 실패했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고 전했다.

앞서 서대문경찰서는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로 20대 남성 3명을 긴급 체포하고, 이 중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8월 28일 오후 3시 30분 무렵부터 홍은동 한 초등학교와 인근 주차장 주변에서 차량을 이용해 초등학생들에게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하며 접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행히 범행은 3차례 모두 학생들이 현장을 벗어나면서 미수에 그쳤다.

경찰의 초기 대응은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8월 30일 피해 초등학생 1명의 보호자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Closed Circuit Television)를 분석했으나, 당시에는 유괴 시도로 판단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인 9월 1일 이 초등학교가 가정통신문을 통해 유괴 시도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9월 2일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경찰은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우리 아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추가 신고가 연이어 접수되었고, 경찰은 강력팀을 투입해 범행 차량을 재추적하여 실제 납치 미수 범행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그 결과 9월 3일 용의자들을 홍은동과 경기도에서 차례로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이러한 '뒷북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범인들이) 잡혔으니 다행"이라면서도 "경찰이 처음에 헛소문이라고 했던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그대로 있었다가 더 큰일이라도 터졌다면 어쩔 뻔했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등교 시간은 오전 9시 무렵이었으나, 학교 보안관은 약 2시간여 전부터 나와 학교 주변 환경을 살피는 등 경계를 강화했다.

학교 관계자들 또한 교문에서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보안관 정모 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곳곳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도 설치돼 있고 학부모들도 계속 주변을 다니는데 어떻게 유괴를 시도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