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열병식 사열하는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사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통해 북한 김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을 불러모으며 '반서방' 세력의 수장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번 열병식은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주권'에 대한 도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 New York Times)는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대해 "시 주석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주재하면서, 경쟁국들에 자국의 주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도전적 경고를 내렸다"고 평가하며, 미국의 질서에 도전하거나 의문을 제기해온 국가들을 대표하는 관람석 지도자들의 모습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중국중앙TV(CCTV, China Central Television)에 따르면 이날 열병식에는 북한 김정은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외에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 26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열병식에 앞서 진행된 전승절 기념사에서 '중국 인민'을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립하며 강인한 민족"으로, '인민해방군'을 "당과 인민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영웅적 군대"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인민해방군은 세계적인 군대로의 발전을 가속하며, 국가의 주권, 통일, 그리고 영토 보전을 결연히 수호해야 한다"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막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NYT는 열병식이 과거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서방을 향한 "막을 수 없는 중국의 부흥"에 대한 메시지이며, 신무기를 대거 선보인 것은 군사 혁신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며 대만 및 국제적 대만 독립 지지자들에 대한 암묵적 경고라고 부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Financial Times) 역시 시 주석이 통일과 영토 보전을 언급한 것은 "대만을 장악하려는 목표를 나타내는 신호"로 봤다.

중국은 이날 열병식에서 개량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둥펑(東風·DF)-61, DF-26D 등 극초음속 무기를 선보였고, 징레이(驚雷·JL)-1을 포함한 '핵 3축 체계'도 처음 공개하며 핵 능력을 과시했다.

기존 DF-5B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DF-5C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 전략핵미사일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전략 반격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으로 타격 범위가 전 세계에 이른다"고 전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양청쥔은 DF-5C가 최대 사거리 2만km 이상으로 전 지구를 사정권에 두며 속도 또한 수십 마하 수준에 달해 적의 방공망을 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DF-41의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DF-61이 첫선을 보였으며, '괌 킬러'로 불리는 DF-26의 개량형인 DF-26D 대함미사일도 새로 등장했다.

미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DF-26D가 인도·태평양 세력 균형을 기울어지게 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또한 제1도련선에서 주한미군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및 일본의 SM-3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DF-17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선보였다.

육·해·공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적 핵 3축 체계'는 공중 발사 장거리 미사일인 징레이(驚雷·JL)-1,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쥐랑(巨浪·JL)-3, 지상 발사 미사일인 DF-61과 DF-31을 포함한다.

미 항공모함을 원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는 잉지(鷹擊·YJ)-21 극초음속(마하 6∼10) 미사일 등 YJ 계열 미사일과 '중국판 패트리엇(PAC-3, Patriot Advanced Capability-3)'으로 알려진 요격 미사일 훙치(紅旗·HQ)-29 등 방공시스템도 공개됐다.

열병식장 상공에는 젠(殲·J)-20S와 J-35A 등 중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이 비행하며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중국센터장은 NYT에 시 주석이 중국을 세계 중심 강대국으로 인정받고 자국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국제 시스템을 개편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하며, 다른 정상들이 열병식에 참석한 것을 이러한 목표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는 열병식 행사를 두고 "시 주석에게 중요한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한편,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1일 중국 톈진에 집결했던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회원국 정상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조치에 우려를 표한다"며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정상들은 톈진에서 채택한 공동 선언문에서 "세계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 규칙과 원칙을 위반하는 경제적 조치를 포함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에 앞서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우리는 포용성과 문명 간 상호 학습을 옹호하고, 패권주의에 반대해왔다"면서 "세계가 격동과 변화를 겪을 때, 우리는 '상하이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우리 조직의 힘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