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오른쪽).사진=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에 대한 안보지원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임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Financial Times)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욱 중요해진 동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로 해석돼 유럽 동맹국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FT에 따르면,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지난주 러시아와 충돌이 발생할 경우 최전선에 서게 되는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 군 훈련 지원이나 장비 제공을 더는 하지 않겠다고 유럽에 통보했다. 이는 미 국방예산법인 국방수권법 333조에 따른 파트너 국가 역량 강화 지원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번 조치로 10억 달러(약 1조4천억 원) 이상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유럽에는 2018년에서 2022년까지 16억 달러(약 2조2천억 원)가 배정되었으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핵심 수혜국이었다.
국방수권법 333조에 따른 지원은 2026년 9월말 지원분까지만 미 의회의 승인이 이뤄져 있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추가 승인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백악관 당국자는 FT에 "대외 지원에 대한 재평가와 재조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단계적 지원 감축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미 국방부가 마련한 자리에는 미국 주재 유럽 대사관에서 대거 참석했으며, 국방수권법 333조에 따른 지원을 받지 않는 국가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유럽 국가들이 지원 감축 소식에 놀라 유럽 자체적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는지, 유럽 안보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등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고 보도했다.
한 유럽 당국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부유한 유럽 국가들이 동유럽 국가 안보 지원에 더 많은 부담을 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럽 외교관은 "미국이 잔인하게 나오면 큰 여파가 있을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진 섀힌 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려는 와중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되는 그릇된 조치라고 비난했다.
FT에 따르면 2020년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지원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발트 안보 이니셔티브'도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미 의회에서 2억2천800만 달러(약 3천200억 원)의 지원을 승인했는데, 백악관은 정부 내 검토를 거쳐 내년 예산안에 해당 항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이고 자체 부담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10년 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대비 5퍼센트(%)로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