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수원고법 전경.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격분하여 온라인에 헌법재판소 방화와 경찰 폭행을 종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되었던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과도한 협박 혐의 적용에 대한 사법부의 제동으로 해석되며, 온라인을 통한 강력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전임 대통령 사법 처리 반발, 온라인에 게시물 게재

지난달 28일, 수원지법 형사19단독 설일영 판사는 협박 및 협박미수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A씨는 선고 당일 석방되었다.

A씨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로, 지난 1월 18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및 구속영장 청구 등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집회에 참석했었다.

이후 법원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이튿날인 19일, A씨는 해당 사이트 게시판에 "헌제(헌재의 오기) 가능하면 들어가지 말고 불 지르면 좋은데", "불 지르는 게 가장 안정할 듯" 등의 제목과 내용으로 7회에 걸쳐 헌재를 방화하겠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작성한 혐의를 받았다.

또한, "방어 수단 챙겨가라 경찰이 폭력 쓰면 망치로 때려죽여", "정당방위다 락커로 눈 공격해도 경찰 무력화 가능"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10회에 걸쳐 작성하며 집회·시위 관리 담당 경찰 공무원을 살해하거나 폭행할 것을 종용했다는 혐의도 있었다.

수사기관은 A씨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헌재 총무과 소속 보안 담당 공무원과 경찰 공무원 8명 등을 협박하거나 협박하려 한 것"으로 보고 협박 및 협박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 법원, "정치적 메시지 전달 목적"…'협박 고의' 인정 안 해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게시글 내용에 대해 "사회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는 공무원들의 노고에 대한 온당한 표현은 아니며, 일부 경찰은 실제 위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핵심적으로 "피고인이 게시글을 작성할 당시 피해자들을 상대로 해악을 고지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설일영 판사는 "게시글 대부분은 '(헌재를) 불태우자, (경찰버스를) 불태워라, (망치를) 챙겨라' 등 청유형 내지 지시형의 표현으로 작성됐다"며 "이는 피고인이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들을 메시지 전달 상대로 여겼음을 보여준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게시글 주된 목적은 폭력적 집회 또는 불법 행위를 선동하거나 이를 통해 당시의 사회적 상황의 전개에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 것"이라며, 직접적인 협박보다는 "적대감, 분노감을 표출하거나 조롱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가 게시글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을 뿐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점 또한 무죄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이달 3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번 판결은 온라인 공간에서 분노와 비판이 섞인 강도 높은 표현이 '협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사법부의 신중한 해석을 보여준다.

법원이 개인의 정치적 견해 표출과 단순 선동을 직접적인 해악 고지로 보지 않은 것은, 무분별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