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발생했던 무단 소액결제 사건의 용의자인 중국 국적의 남성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침해)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중국교포 A 씨(48)를 체포했으며, 이어서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및 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중국교포 B 씨(44)를 긴급체포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검거는 지난 4일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알려진 지 12일 만이다.
용의자 A 씨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를 승합차에 싣고 다니면서 수도권 특정 지역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모바일 상품권 구매, 교통카드 충전 등의 소액 결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해당 소액 결제 건을 현금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오후 2시 3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A 씨를 체포했으며, 이어 같은 날 오후 2시 53분께 서울 영등포구에서 B 씨를 긴급체포했다.
검거 과정에서 경찰은 A 씨가 범행에 사용한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를 확보했으나, A 씨가 이 장비를 이용해 어떻게 피해자들 명의의 휴대전화에서 정보를 탈취하고 소액 결제까지 성공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까지 경찰은 A 씨가 홀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향후 수사 경과에 따라 또 다른 조력자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B 씨의 경우 A 씨의 부정 결제 건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 사람이 직접 만나는 등 공모한 바 있는지, 서로 아는 사이인지 등 정확한 관계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이다.
A 씨와 B 씨는 중국교포, 이른바 '조선족'으로, 국적은 중국이며 한국에서는 합법 체류자 신분으로 일용직 근로를 해왔다.
KT 등 통신사에서의 근무 이력을 포함해 전화·인터넷의 가입이나 설치 등 관련 업무를 한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초 광명경찰서에 접수됐던 이 사건은 지난 4일 언론 보도로 심각성이 인지되며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관됐다.
초기 신고 내용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새벽 시간대에 피해자들도 모르는 사이 휴대전화에서 소액 결제로 각각 수십만 원이 빠져나갔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KT 이용자이며, 광명시 소하동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언론 보도 후 유사 피해 신고가 잇따라 광명과 인접한 서울 금천구, 인천 부평구, 경기 부천시와 과천시 등에서도 피해가 보고되었다.
소액결제 피해 관련 고개 숙여 사과하는 김영섭 KT 사장
김영섭 KT 사장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에서 소액결제 피해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찰 집계 결과 지난 12일 오후 6시 기준 유사성 검토를 마친 KT 소액결제 피해 사례는 모두 199건(피해액 1억2천600만원)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KT 자체 집계 규모는 278건(1억7천여만원)으로, 향후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은 수사 착수 후 얼마 되지 않아 A 씨와 B 씨의 신원을 특정했으나, 주범 A 씨는 이미 중국으로 출국한 뒤였다.
이에 경찰은 지난 11일 언론에 용의자 검거 시까지 엠바고(embargo, 한시적 보도유예)를 요청했으며, 자신이 용의자로 특정된 줄 모른 채 한국으로 들어온 A 씨는 공항에서 경찰에 덜미를 잡히게 되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서는 법원으로부터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했으며, B 씨에 대해서는 혐의를 일부 확인해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와 B 씨에게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구체적인 범행의 동기 및 경위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