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X. 구 트위터) 캡처

최근 차지훈 변호사의 주유엔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인사의 문제를 넘어선다. 외교부는 그가 국제중재, 국제금융 등 국제 이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중재·협상 경험을 지닌 법조인이라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외교 무경험자를 유엔이라는 다자 외교의 최정점 무대에 세우는 인선은 국익 훼손과 외교 역량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외교부의 형식적인 답변은 현 정권이 국익보다 '코드 인사'를 우선시하는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유엔은 고도의 국제법 지식뿐 아니라,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노련한 협상력과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여 대한민국의 국익을 수호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외교의 장이다. 일대일 중재와 국제 금융 법률 자문은 물론 중요하지만, 국익과 명운이 걸린 다자 외교의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현장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외교부가 국제중재인 경력 등을 내세워 이번 인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유엔대사의 역할과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축소하는 발상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마치 고도의 전략 전술을 요구하는 전쟁터에 무술 훈련 경력이 있는 지휘관이 아니라, 우수한 법률 지식만 갖춘 전문가를 보내는 것과 다름없다. 외교 안보 역량이 국력을 결정짓는 엄중한 시대에, 이러한 인식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스스로 격하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더욱이 이번 인사가 이재명 대통령과 차지훈 대사가 사법시험(司法試驗) 28회(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며, 차지훈 대사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에 참가하여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끌어낸 '친정 체제' 인사라는 점에서 '정실 인사' 또는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외교 요직에 개인적 친분과 정치적 채무 관계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헌정 질서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속에서 국론을 결집하고 전방위적인 외교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시기에, 이러한 인사가 불러올 국력 낭비와 외교적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권한은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공정하고 투명하게 행사될 때만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 정권은 지금이라도 국가의 운명이 걸린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코드 인사'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진정한 전문성과 국익 기여도를 기준으로 인사의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 무모한 인사가 불러올 외교 참사는 되돌릴 수 없는 국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당장의 정파적 이익이 아닌,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의 시각에서 외교 정책과 인사에 임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