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오는 3일 개천절 집회에서 '혐중' 구호를 제한한 경찰 조치에 제동을 걸면서, 해당 집회의 '표현의 자유'가 승리했다.
법원은 자유공화시민(보수) 단체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며 경찰의 제한 조치가 절차를 위반했음을 명확히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2일 반중(反中) 집회를 주도해온 자유공화시민 단체인 자유대학이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집행정지란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긴급히 행정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고 구하는 제도다.
앞서 자유대학은 지난 9월 17일 서울경찰청에 개천절 집회 신고를 했으나, 같은 달 26일 경찰로부터 '집단적 폭행·협박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모욕·명예훼손 및 특정 인종·국적 등에 대한 혐오성 표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제한 통고를 받았다.
이에 자유대학은 경찰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행정법원에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자유대학은 이와 별도로 서울경찰청장이 아닌 종로경찰서장에게 옥외집회 제한 통고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신청 취지가 부적법하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각하됐다.
재판부는 서울경찰청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규정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집시법 8조 1항에 따르면, 관할경찰서장은 신고된 집회가 법에서 금지하는 경우 신고서 접수 후 48시간 이내에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재판부는 "자유대학이 9월 17일 신고서를 접수했을 당시 48시간 이내에 특별한 금지나 제한 통고가 없었고, 서울경찰청은 10여일이 지나서야 사후 제한 통고를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48시간이 지난 후에는 집단 폭행 등으로 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금지 통고가 가능하다는 법령을 근거로, 경찰의 제한 통고가 적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인용 결정이 집회·시위에서 언어적·신체적 폭력이나 협박 등을 허용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재판부는 "집회 참가자는 법 규범을 준수해야 하며, 특히 집시법은 주최자, 질서유지인, 참가자 모두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자유대학은 오는 3일 오전 7시부터 밤 11시 59분까지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예정된 집회에 대해 경찰의 '혐중 구호' 제한 조치를 적용받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