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 창건 80주년 경축 청년중앙예술선전대 공연 진행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청년중앙예술선전대 공연이 지난 3일 청년중앙회관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인 4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추석을 하루 앞둔 5일 북한이 인민들의 민속 명절 대신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집중하며 전체주의 체제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자유로운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인민들의 보편적 명절이 체제 선전의 열기에 휩쓸려 뒷전으로 밀리는 북한의 현실이 부각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 관련 기사들을 쏟아냈다.

조선중앙통신(이하 통신)은 지난 4일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당 창건 80주년 기념 전국학생소년예술선전대종합공연'이 열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평양국제빙상휘거(피겨)축전'이 예정되어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평양에 도착했으며, '주체사상국제토론회' 참석차 재일조선사회과학자대표단이 방문했다는 소식도 잇따라 보도됐다.

통신은 또한 '당 창건 80돌에 즈음해 유럽의 정당·단체들 지역별 토론회 진행', '당 창건 80돌 경축 재중 조선인총연합회 충성의 편지 이어달리기 대표단 도착' 등 당 창건 80주년과 연계된 다양한 행사가 대내외적으로 펼쳐지고 있음을 전했다.

특히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은 2023년 7월, 2024년 11월 등 시기가 일정치 않았으나 2025년에는 10월 초 당 창건 기념행사와 연계되어 열렸다.

김정은도 개막식 연설에서 "당 창건 여든 돌을 눈앞에 둔 시기에 우리 방위력이 도달한 높이를 또다시 종합적으로 직관할 수 있는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가 마련된 것은 대단히 의의 깊은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체제 선전의 장으로 활용했다.

이처럼 당 창건 80주년 관련 소식이 넘쳐나는 데 반해, 인민들의 보편적인 명절인 추석 관련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우리 인민의 고유한 추석 명절 풍습'이라는 제목으로 차례, 음식, 민속놀이 등을 소개한 것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추석을 맞으며 혁명 선배들처럼 살며 투쟁할 결의를 다지는 것은 온 나라 인민이 화목한 대가정을 이루고 사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풍속이고 전통"이라는 북한식 설명이 따라붙어, 추석마저도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모습이다.

북한에서 추석보다 당 창건일이 더 중시되는 것은 애초에 북한이 당 창건일을 주요 명절로 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태양절),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광명성절),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 당 창건일인 10월 10일 등을 사회주의 명절로 중시하며 성대하게 치른다.

설이나 추석은 민속 명절로 불리며, 김일성 시절에는 '봉건 잔재'로 여겨져 따로 쉬지도 않다가 최근에 와서야 휴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인의 자유로운 삶과 전통보다는 전체주의 체제 유지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북한 사회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