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미 뉴질랜드 와이카토 한인회장.사진=연합뉴스

뉴질랜드 북섬 해밀턴에서 약 2천명의 한인사회를 이끄는 고정미(64) 와이카토 한인회장이 지난 4일 국내 기간 뉴스 통신사인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25 전쟁 75주년 기념행사를 회고하며 참전용사 예우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지난 6월 29일 개최된 이 행사는 1997년부터 시작된 '피스 선데이'(Peace Sunday)의 마지막 공식 행사로, 참전용사들의 고령화를 고려해 앞으로는 생활 지원과 기록 사업 중심으로 예우 방식을 전환하게 됐다.

와이카토 한인회는 1995년 설립 이후 30년 동안 한인의 정착과 생활을 돕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고 회장은 "한인회는 단순히 한인들만의 울타리가 아니라, 현지와 나란히 걷는 가교"라며 "참전용사 예우·정착 지원을 돕는 공공서비스·문화교류가 우리 활동의 삼각 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5월, 귀국길이 막힌 한인과 유학생들을 위해 외교부·재외동포재단과 협력해 대한항공 특별기 운항을 성사시킨 공로는 "위기 속에서 한인회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전용사 섬김 행사인 '피스 선데이'(Peace Sunday)
지난 6월 29일 열린 뉴질랜드 해밀턴시에서 열린 6·25 전쟁 75주년 기념행사에서 참전용사 섬김 행사인 '피스 선데이'(Peace Sunday)를 마치고 고정미(뒷줄 왼쪽서 6번째)회장이 참전용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와이카토 한인회/연합뉴스

한인회는 '올인원 인포메이션 데이'를 통해 정착 지원을 체계화했다.

고 회장은 "오클랜드까지 가지 않고도 하루에 영사 업무, 법률·회계·의료·심리 상담을 모두 해결할 수 있어 한인들이 크게 호응한다"며 "다문화 정착은 결국 문턱을 낮추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령화하는 한인 사회를 위해 매달 마지막 목요일 'K 실버 미팅'을 열어 어르신들의 식사와 건강 교류 자리를 마련하고, 취약 동포를 위해 주 1회 이상 무료 음식을 제공하는 등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생활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매년 열리는 'K-페스티벌'은 현지 사회와의 교류를 상징하는 행사로, 불고기·비빔밥 체험, 김치 담그기, K-POP 대회, 가야금·부채춤 공연, 종이접기, 한복패션쇼 등 전통예술 무대가 펼쳐져 500명이 넘는 현지인이 참가한다.

고 회장은 "현지인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맛보며 한국 음식을 온몸으로 체험했다"며 "문화외교는 거창한 게 아니라 맛보고 함께 웃는 자리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큰 절로 감동을 울린 고정미 회장

지난 6월 29일 마지막 참전용사 섬김 행사에서 참전용사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감사인사를 전해 심금을 울린 고정미 회장.사진=와이카토 한인회/연합뉴스

고 회장의 봉사는 교육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2000년부터 24년간 와이카토 한국학교 교사·교감·교장으로 봉사하며 차세대 한국어·역사·문화·정체성 교육에 헌신했으며, 뉴질랜드 한글학교 협의회와 오세아니아 한글학교 협의회를 창립하고 세계한글학교협의회 대표를 역임했다.

이러한 공로로 뉴질랜드 영국 여왕 공로 훈장(2012), 해밀턴 시민봉사상(2014),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2016), 한글학회 국어운동 공로 표창(2018), 세계한인의 날 국민포장(2024) 등을 수상했다.

'K-페스티벌'서 한복 입고 인사하는 와이카토 한인들.사진=와이카토 한인회/연합뉴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고 회장은 "참전용사 예우는 기억을, 정착지원은 오늘을, 문화교류는 내일을 여는 길"이라며 오는 11월 8일 열리는 'K-페스티벌'을 통해 노년·청년·다문화가 한 무대에서 만나는 모델을 구축하고, 한인회가 계속해서 한국과 뉴질랜드를 잇는 'K-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