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일 만에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했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이 13일(현지시간) 모두 귀환했다.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납치된 지 737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을 찾아 2년간 이어져 온 가자지구 전쟁의 종료를 선언하며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을 알렸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이른 아침 가자지구 북부에서 인질 7명을 먼저 석방했으며, 몇 시간 뒤 나머지 13명은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인근에서 추가로 풀어줬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International Red Cross Committee)를 거쳐 이스라엘군에 인계된 모든 생존 인질은 남성으로, 이스라엘 남부 레임 군부대에서 가족과 재회한 뒤 건강검진을 받았다.
남은 사망 인질 28명(가자지구 전쟁 이전에 납치된 유해 1개 포함)의 시신도 이스라엘 측에 인도될 예정이나, 정확한 시점은 아직 불분명하다.
가자평화선언 서명하는 휴전 중재국 정상들.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에 따라 종신형을 선고받은 250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1천900여 명을 석방했다.
이날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따라 지난 10일 발효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 1단계에 의거하여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로 인질 7명이 석방되고서 약 1시간30분 뒤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생존 인질 전원의 석방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발표된 후,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을 진행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부터 몇 세대에 걸쳐 이 순간이 전쟁의 끝일 뿐만 아니라 모든 변화의 시작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선언하며 자신의 성과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다"며 "이제 이 승리를 평화와 번영이라는 궁극적인 성과로 전환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가자지구 재건을 돕겠다고 약속하면서 "공포와 폭력의 길에서 영원히 돌아서라"고 촉구했다.
가자지구 '이스라엘 인질' 현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납치해 가자지구에 억류했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 중 마지막 남은 20명이 13일(현지시간) 모두 귀환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납치된 지 737일 만이다.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이른 아침 가자지구 북부에서 7명을 먼저 석방하고 나머지 13명은 몇 시간 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인근에서 풀어줬다.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이 직접 폭격했던 이란을 향해서도 "우정과 협력의 손길은 항상 열려 있다"고 전했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간단치 않은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며 부패 혐의로 기소된 그의 사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선 환영사에서 "하룻밤에 모든 게 바뀌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생존 인질을 고국으로 돌아오게 해 줘 고맙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가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친구"라고 강조하며 그에게 자국 최고의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의원들은 환호와 기립박수로 트럼프 대통령을 대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하마스가 무장 해제 계획에 따를 것이라고 언급하며 전쟁이 끝났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스라엘로 향하는 기내에서도 기자들에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은 끝났다"고 말했다.
인질 석방 소식에 환호하는 텔아비브 시민.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 일정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로 건너가 홍해변 샤름엘셰이크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중동에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휴전을 중재한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 정상들과 '가자 평화선언'에 서명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20여 개 주요국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PA, Palestinian Authority) 수반 등 세계 지도자 34명이 참석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날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인질 인도 과정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텔아비브 '인질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방송에서 석방 인질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쳤다.
휴전 합의 1단계인 인질·수감자 맞교환에 이어, 2단계에서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팔레스타인 민간 정부 수립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무장 해제에 이견이 크고 포괄적인 합의에 대한 구체적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라, 2단계 합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