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바라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회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와 인질·수감자 교환 이후 가자 평화 구상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으며,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와 유대교 명절을 불참 이유로 꼽는 관측이 제기됐다.
에프에이피(AFP, Agence France-Presse) 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으나 감사 인사와 함께 시간적 제약을 이유로 거절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공지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전 이스라엘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선으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한 후 이집트 당국이 그의 참석을 발표했으나, 오후 총리실은 불참을 공식화했다.
불참 이유로 13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지는 유대교 명절 수코트(초막절) 막바지인 심하트토라를 들었으나, 휴전 합의 직후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회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단순 휴일 이유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Palestinian Authority) 수반과 에르도안 대통령 등 아랍권 지도자들과의 동석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와 이라크 측의 반대가 불참 배경으로 지목된다. 튀르키예 외교 소식통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외교적 노력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의 이집트행을 저지했다고 에프에이피 통신에 밝혔다.
사바흐 등 튀르키예 매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이집트로 향하던 중 네타냐후 총리 참석 소식을 접고 조종사에게 홍해 상공 선회를 지시했으며, 일정 취소 후에야 샤름엘셰이크 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총리 측은 ‘네타냐후 총리가 참석하면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이집트 당국은 이 분위기 속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영접 불가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해진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연립정부 강경파를 의식해 참석을 포기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엔12(N12)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우익 진영의 비난과 정치적 기반 약화를 우려한 결정으로 평가했다.
가디언 신문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보이콧 위협이 네타냐후 총리 불참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도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체포영장 발부로 네타냐후 총리의 참석이 논란이 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자 휴전으로 인한 중동 긴장 완화 기대 속에도 이스라엘과 아랍권 간 갈등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오는 14일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계획은 언론 유출 직후 취소됐으며, 무슬림 대다수 인도네시아는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은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 튀르키예의 5세대 칸 전투기 수입을 발표하는 등 튀르키예와 밀착하고 있어, 에르도안 대통령의 영향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평화 구상이 일부 성과를 거둔 가운데, 이스라엘의 불참으로 후속 단계 논의에 차질이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은 중동 평화 프로세스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아브라함 협정 확장 노력에 제동을 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