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사진=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이 한국인의 실질 구매력이 반영된 1인당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수준이 대만보다 연간 2만47달러(약 2천7백만 원) 낮다고 1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지난 2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IMF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1인당 GDP를 6만5천80달러(약 8천8백만 원)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6만2천885달러(약 8천5백만 원) 대비 3.5퍼센트(3.5%) 상승한 수치로 세계 35위 수준이다.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은 국가 간의 생활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화폐의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지표다.

물가 수준이 낮으면 이 수치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IMF는 같은 보고서에서 대만의 올해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5천127달러(약 1억1천5백만 원)에 달해, 한국보다 약 2만47달러(약 2천7백만 원)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대만 PPP 기준 1인당 GDP 추이

한국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대만보다 연간 2만달러가량 낮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이 나왔다.사진=연합뉴스


대만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80년 3천214달러(약 4백30만 원), 1990년 9천534달러(약 1천2백80만 원), 2000년 2만463달러(약 2천7백60만 원), 2010년 3만6천619달러(약 4천9백40만 원), 2020년 5만7천996달러(약 7천8백30만 원) 등으로 꾸준히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 순위에서도 대만은 미국(8만9천599달러(약 1억2천1백만 원))에 이어 세계 12위를 기록하며 한국보다 23계단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국민의 실제 생활 수준이 높게 평가되는 주요 원인은 인플레이션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 8곳이 제시한 대만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9월 말 평균 1.7퍼센트(%)에 그쳤다.

이는 대만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인 5.3퍼센트(%)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 물가 상승률(2.18퍼센트(%))보다 크게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평균 1.5퍼센트(%)로, 통상의 물가 목표인 2.0퍼센트(%)보다 0.5퍼센트포인트(%p)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까지 2퍼센트(%)대로 대만보다 높게 유지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이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퍼센트(%), 2022년 5.1퍼센트(%), 2023년 3.6퍼센트(%), 2024년 2.3퍼센트(%) 등으로, 같은 기간 대만(2021년 1.97퍼센트(%), 2022년 2.95퍼센트(%), 2023년 2.49퍼센트(%), 2024년 2.18퍼센트(%))보다 매년 높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내년 전망치를 1.8퍼센트(%)에서 1.9퍼센트(%)로 각각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후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1퍼센트(%)를 기록했으며, 가공식품이 4.2퍼센트(%), 수산물이 6.4퍼센트(%), 축산물이 5.4퍼센트(%) 오르는 등 품목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나"라며 "이는 정부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회의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등 유통비용 상승, 농가 생산성 저하, 농산물 공급 다양성 부족 등을 식료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보고했다.

이와 관련하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기본 생필품 가격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다양성이 적기 때문"이라며 "농산물과 축산물이 전반적으로 동질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은 시장 개방이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이미 제시했다"며 "구조 개혁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작년 12월 보고서에서 저가 상품 가격이 고가 상품보다 더 크게 오르는 이른바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으로 취약계층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