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는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사진=연합뉴스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16일 한국이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 추진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 "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밝혔다.

커들 총장은 이 발언을 통해 한국 핵잠이 한미 동맹의 대중국 억제 전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커들 총장은 지난 14일 서울 모처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핵잠이 중국 억제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미국은 동맹과 함께 협력하여 핵심 경쟁적 위협인 중국과 관련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대한다"며, 한국 또한 상당 부분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략적 계산에 포함되어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잠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직후 대통령실은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에 나섰으나, 중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에 우려를 표명했다.

커들 총장은 다만 "한국이 자국의 주권 자산인 함정을 국익에 따라 어떻게 운용하든, 미국이 관여하거나 제한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한국 핵잠이 자국 주변 해역에서 운용되고 그 환경에서 한국 잠수함과 미국이 함께 활동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 잠수함전력사령관 등을 역임한 커들 총장은 한국의 핵잠 추진을 "한미 양국 모두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미국이 한국과 파트너로서 이 여정을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중국이 서해 구조물 설치 등으로 벌이는 '회색지대 도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커들 총장은 "이런 행태를 방치하면 시간이 갈수록 비정상적인 행동이 정상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며, 일정한 선을 넘을 경우 한국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강대국 간 충돌이 발생하면 '전력 총동원'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며, 구체적인 방식은 언급할 수 없으나 분명히 일정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해군력 증강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커들 총장은 북한의 해군력 증강이 미국에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규모는 작지만, 핵탄두 탑재 능력을 갖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전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억지력을 갖추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커들 총장은 한국 내에서 미 해군 전투함을 건조하는 문제에 대해 "규제로 인해 복잡한 문제이지만, 이 문제를 계속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조선 능력을 강화할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으며, 한국이 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한국의 미국 내 투자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미국 선박 건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반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ct)'을 통해 미 해군 함정의 외국 내 건조를 금지하고 있으나, 해군력 재건을 위해 조선업 역량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커들 총장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체들의 조선소를 직접 방문하여 인력과 시설을 확인했다.

또한 커들 총장은 올해 별세한 부친이 한국전쟁(6·25전쟁) 참전용사였다는 점을 소개하며 "한국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나라"라고 언급했다.

그는 부친이 생전에 한국에서의 경험을 매우 따뜻하게 기억했으며 한국 국민에게 받은 환대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