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단에 탑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연합뉴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27일 새벽 4차 발사를 앞두고 있으며, 오로라 관측을 위한 중형 위성부터 신약 개발, 우주 폐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위성 13기가 우주로 향할 예정이다.
이번 발사는 국내 우주 기술 역량 강화와 민간 주도 우주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오로라 관측 위한 차세대중형위성 3호 주축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16일 누리호 4차 발사에 무게 516킬로그램(kg)의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차중 3호)'와 부탑재 위성 12기 등 총 13기의 위성이 실린다고 발표했다.
차중 3호는 우주 과학 연구 및 우주 기술 검증을 목적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국가 위성이다.
이 위성에 탑재되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용 광시야 대기광 관측 카메라로는 고위도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해 우주 날씨 현상을 연구하게 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의 우주 플라스마(plasma) 자기장 측정 장치인 '아이엠맵(IAMMAP)'은 전리층의 이상 현상을 감시한다.
또한 한림대가 제작한 탑재체 '바이오캐비닛'은 우주 미세중력(microgravity) 환경에서 줄기세포 기반 3차원(3D) 프린팅(3D Printing)과 3D 세포 배양 시스템을 검증할 예정이다.
누리호의 발사 시각은 차중 3호의 오로라 관측 임무에 최적화된 태양광 조건을 맞추기 위해 나로우주센터에서 새벽 1시 4분경으로 설정됐다.
연구진은 차중 3호의 성공적인 발사가 국산화 비율이 높아진 표준형 위성 플랫폼의 민간 주도 양산 체계 성공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철 KAI 책임연구원은 "누리호로 발사하면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했다"며 "어떤 발사체로 쏘든 제약 없이 발사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갖게 된 것이 기존 위성과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 민간 기업, 우주 폐기 및 신약 개발 분야 검증 시도
이번 누리호 발사에는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기조인 '뉴스페이스(New Space)'를 상징하는 기업 개발 큐브위성 8기와 정부 출연 연구기관 개발 큐브위성 4기도 참여한다.
큐브위성(Cube Satellite)은 가로, 세로, 높이 각각 10센티미터(cm)의 정육면체(1유닛(U)) 형태로 규격화된 초소형 위성이다.
우주기업 '우주로테크'는 추력기(thruster)가 달린 위성 '코스믹(COSMIC)'으로 우주탐사 로버용 부품 기술 검증 임무 후 궤도에서 이탈해 위성을 폐기하는 우주 쓰레기 폐기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는 "언젠가 우주 쓰레기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위성 폐기 의무 규제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 이를 검증하는 임무를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스페이스린텍은 우주 미세중력에서 단백질을 결정화하는 실험용 큐브위성 '비천(BEE-1000)'을 통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의 성분인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결정화에 도전한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자체 개발한 '세종 4호'를 발사하며, 코스모웍스는 '잭(JACK)-003'과 '잭(JACK)-004'로 지상 관측을 수행한다.
쿼터니언은 제주와 남해 연안의 해양 쓰레기를 탐지하는 위성 '페르샛(PERSAT)-01'을 발사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은 해양 기후 예측 장비와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반 통신을 통해 6세대 이동통신(6G)을 검증한다.
항우연은 나라 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개발한 국산 소자·부품 검증 위성을 통해 삼성전자의 디램(DRAM, Dynamic Random Access Memory)과 카이스트(KAIST)의 주문형 반도체(ASIC, 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 엠아이디의 우주급 소자 8종의 작동 여부를 검증한다.
서울대 큐브위성 '두리' '하나'.사진=항우연/연합뉴스
◆ 대학 개발 큐브위성 4기 발사…첫 성공 사례 기대
2022년 큐브위성 경연대회를 통해 선정된 6개 위성 중 세종대, 카이스트, 인하대, 서울대가 개발한 대학 큐브위성 4기도 이번 발사에 포함됐다.
서울대는 접합된 형태로 발사되어 궤도에서 분리된 뒤 다시 도킹(docking) 임무를 수행하는 쌍둥이 3U 위성 '두리'와 '하나'를 발사한다.
이 위성들은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을 이용한 3차원 지구 대기 관측 임무를 수행하며, 추력기 없이 공기 저항차를 활용하는 자율 궤도 제어 시스템으로 도킹을 시도할 예정이다.
서울대 배영환 박사는 "발사 후 시운전을 거쳐 문제가 없다면 위성을 분리하고 한두 달간 임무를 수행한다"며 "임무 수행을 마치면 '두리'와 '하나'가 도킹을 시도하고, 도킹에 성공하면 이 임무를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카이스트는 전기에너지로 플라스마를 만들어 추진력을 얻는 '홀 추력기'를 초소형으로 개발해 우주에서 검증한다.
세종대는 가장 작은 2U 크기 위성 '스파이론(SPIRONE)'을 통해 저궤도 항법 신호 송신 모듈을 검증하고 적외선 기반 해양 플라스틱 관측에도 나선다.
인하대는 큐브위성의 공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돌돌 말린 형태로 개발된 '롤러블(rollable) 태양전지' 모듈을 탑재하여 전개하는 기술을 시도한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경연대회를 통해 발사된 큐브위성 15기 중 성공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누리호 발사를 통해 대학 개발 큐브위성에서 첫 성공 사례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항우연 연구진이 2023년 항공우주시스템공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발사된 큐브위성들은 비컨(beacon) 신호 수신 등 임무의 일부분만 기능 확인에 그쳤으며, 예정된 임무를 온전히 성공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