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핵심 관계자들. (왼쪽부터) 유동규 - 김만배 - 남욱 - 정민용.사진=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민간업자 비리 사건 항소 포기로 '범죄수익 환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향후 민사와 형사소송에서 쟁점이 될 배임 규모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권 교체 전후로 검찰 수사팀이 배임액을 각기 다르게 판단한 근거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 검찰 수사팀별 상이한 배임액 산정, 논란의 핵심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9월 구성된 1차 수사팀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배임액수를 '651억 원+α'로 판단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꾸려진 2차 수사팀은 이보다 훨씬 많은 4천895억 원으로 추산했다.

1차 수사팀이 2021년 김만배, 남욱, 정영학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하며 작성한 공소장에는 민간업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에 손해를 끼친 금액이 '651억 원+α'였다.

당시 수사팀은 민간업자들이 공사의 확정 이익 산정 기준이 되는 택지 예상 분양가를 평당 1천500만 원에서 1천400만 원으로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분석했다.

만약 평당 1천500만 원으로 예상 이익을 계산했다면 전체 이익은 4천898억 원이 나오는데, 이는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계산한 택지 가치 3천595억 원과 1천303억 원의 차이가 발생하므로, 성남의뜰 지분 절반을 가진 공사가 최소 651억 원을 더 받았어야 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직접 시행한 5개 블록의 분양 이익도 부당 이익으로 산정해 액수 미상의 이익인 '+α'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수사팀의 입장이었다.

반면 2차 수사팀은 대장동 사업의 총이익을 택지 분양 배당금 5천917억 원에 아파트 분양수익 3천690억 원까지 총 9천607억 원에 달한다고 판단했으며, 이를 기준으로 배임액수를 산정했다.

수사팀은 민관 유착 없이 정상적으로 공모와 사업이 이루어졌다면 공사는 9천607억 원 중 70퍼센트(%)에 해당하는 6천725억 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봤다.

공모 지침서 작성 당시 주무 부서에서 공사의 적정 이익을 70퍼센트(%)로 검토한 점과 이후 내부 보고 과정에서도 공사의 기대 이익을 전체의 70퍼센트(%) 수준으로 계산한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수사팀은 여기서 공사가 이미 배당받은 1천830억 원을 제외하면 민간업자들의 배임 행위로 공사에 손해를 끼친 금액은 4천895억 원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사팀은 민간업자들이 공무상 비밀을 활용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며 전체 수익 합계 7천886억 원을 범죄수익으로 판단하고, 그 대부분인 7천815억 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사진=연합뉴스


◆ 1심 재판부 판단과 추징보전 논란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공사가 마땅히 확보했어야 할 배당 비율을 2차 수사팀이 책정한 70퍼센트(%)가 아닌 50퍼센트(%)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택지 분양 배당금 5천917억 원 중 50퍼센트(%)인 2천958억 원을 공사가 배당받았어야 했다고 보고, 이 중에서 실제 배당받은 1천830억 원을 뺀 1천128억 원만을 공사의 배임 피해 금액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2차 수사팀이 추가 기소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 피해 규모는 산정되지 않았고, 배임만 인정되어 추징액 산출 기반까지도 크게 축소됐다.

결국 법원이 대장동 일당인 김만배, 유동규, 정민용 씨 등 3명에게 추징한 금액은 합계 473억 원에 그쳤으며, 이는 주로 뇌물액 또는 뇌물 약속액이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시작하고 이익 구조를 설계한 기획자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단 한 푼도 추징받지 않았다.

법원은 최종 피해액을 추산할 수는 있지만, 범죄 발생 시점의 배임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검찰 내부 반발 확산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는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노 대행은 이날 하루 연가를 내고 고심에 들어갔다.사진=연합뉴스


◆ 검찰 항소 포기와 향후 민·형사소송 전망

검찰의 항소 포기로 대장동 불법 수익 환수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향후 진행될 대장동 재판 항소심에서 배임액 규모를 어떻게 산정할지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인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되어 1심보다 높은 형과 추징은 불가능하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재판부가 항소심에서 새로운 배임액 판단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공사가 피해액을 환수하고자 대장동 일당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소송 제기 후 1년이 다 되도록 변론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았고, 업무상 배임과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절차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더욱이 수사 전문가인 검찰도 밝히지 못한 피해 규모를 소수의 민사소송 변호사들이 확정 짓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민사를 통한 피해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남욱씨.사진=연합뉴스


◆ 추징보전 해제 요구 움직임 본격화

검찰의 항소 포기를 계기로 대장동 일당이 추징보전으로 묶여 있는 재산을 되찾으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1심에서 '추징금 0원'이 확정된 남욱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대장동 1심 재판 중 추징보전 처분된 2천70억 원 중 본인 재산 약 514억 원의 추징보전을 해제하지 않으면 국가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욱 변호사는 이 중 120억 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건물에 대해서는 앞서 법원에도 추징보전을 해제해 달라고 항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욱 변호사는 이와 별도로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부동산도 500억 원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땅은 남욱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인 ㈜엔에스제이피엠(NSJPM)이 2021년 300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매매가 성사될 경우 200억 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남욱 변호사 외에도 김만배 씨와 정영학 씨도 추징보전을 풀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추징보전 처분된 전체 2천70억 원 중 김만배 씨는 1천270억 원, 정영학 씨는 256억 원이 동결되어 있다.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검찰의 항소 포기를 기점으로 1심에서 김만배 씨에게 추징 선고된 428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천642억 원은 동결을 지속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