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나서는 김선규·송창진 전 부장검사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선규(왼쪽)·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7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은 김선규·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이들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리며 남은 수사 기간 동안 중대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남세진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김선규 전 공수처 수사1부장검사와 송창진 전 공수처 수사2부장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에 대해 사실적·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재판부는 피의자들의 직업, 그동안의 수사 경과, 그리고 영장 심사 출석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들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사실상 구속 수사의 대부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의 수사 내용을 살펴보면, 김선규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상반기 공수처장직을 대행하며 직권남용 혐의를 받았다.

당시 4·10 총선을 앞두고 채상병 수사외압 사건의 관계자들을 소환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그가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명분을 만들기 위해 수사를 오히려 서두르는 등 외부 상황에 따라 수사에 부당한 영향을 미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영장심사 마친 송창진 전 부장검사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송창진 전 부장검사 역시 지난해 공수처 차장직을 대행하며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그는 핵심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검팀은 공수처 관계자로부터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지난해 3월, 송 전 부장검사가 수사팀에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구속영장에 명시했다.

더불어 지난해 6월 오동운 공수처장 주재 회의에서 송 전 부장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통신영장에 결재할 수 없다. 결재라인에서 배제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발언하며 강제수사에 반대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부장검사는 이외에도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증언에서 허위 사실을 진술한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양측은 이날 영장 심사에서 2시간 넘는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김선규 전 부장검사는 총선 당시 관계자를 소환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으며, 특검이 확보한 진술은 왜곡·오염되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송창진 전 부장검사 또한 특검팀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공수처 재직 당시 수사팀과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출국금지가 유지될 때 우려 사항을 제기한 것은 맞지만, 수사팀이 최종적으로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 의견을 내면서 수사 방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영장 청구가 세 차례나 기각된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였으며, 논의를 거쳐 나흘 만에 결국 결재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맞서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이날, 정치적 사건들을 엄중하게 수사하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공수처의 설립 취지가 이들 전 부장검사들로 인해 무력화되었다며,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하게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특검팀이 제시한 범죄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의자들이 특검의 출석 요청에 성실히 응했고, 거주와 직업이 일정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상태로 수사할 만큼 증거 인멸의 우려도 높지 않다고 보았다.

앞서 특검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 5명과 채상병 순직 사건에 책임이 있는 해병대 관계자 2명, 총 7명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중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외 6명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

이번에 공수처 전 부장검사 2명의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오는 28일까지로 예정된 수사 기간을 앞둔 특검팀의 막바지 수사 계획에 불가피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남은 기간 동안 기존에 제기된 주요 의혹의 사실관계를 보완하고 법리를 재검토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