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병력 투입돼 작업 중인 북한군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다수 인원이 지뢰 폭발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군 당국이 지난해 6월18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북한군은 전선지역 일대 불모지 조성 및 지뢰 작업 중 여러 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DMZ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선지역에서 대규모 병력 투입돼 작업 중인 북한군.사진=연합뉴스

국방부는 17일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 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이는 유실된 군사분계선 표식이 많아 북한군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잦아지고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의 담화를 통해 이 같은 제안을 공식화하며 북한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제안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남북회담을 제안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현재 남북 군 통신선이 모두 단절된 상황으로, 국방부의 회담 제안은 이날 '유엔군사령부-북한군' 채널을 통해 북측에 전달되었다.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관련 회담 제안을 위한 담화'를 발표하며 “최근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술도로와 철책선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원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군은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통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퇴거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과 그 절차에 따른 우리 군의 대응이 지속되면서 비무장지대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으며, 자칫 남북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에 관한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구체적인 회담 일정이나 장소 등은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사적 신뢰 회복을 위한 제안에 대해 북측의 긍정적이고 빠른 호응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유엔사(유엔군사령부)-북한군 채널을 통해 협의 제안이 북측에 전달되었으나, 아직까지 응답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군 당국은 이날 이전에도 군사분계선 기준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 의사를 같은 채널을 통해 수차례 북측에 통보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 GP에서 관측된 군사분계선 팻말
지난 2019년 2월 13일 촬영한 강원도 고성 GP에서 관측된 군사분계선 팻말.사진=연합뉴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같은 해 8월 군사분계선을 표시하기 위해 500미터(m) 이내 간격으로 총 1천292개의 표지판이 설치되었으나, 1973년 유엔사 측의 표지판 보수 작업 중 북한군이 총격을 가한 이후 보수 작업은 중단되었다.

이로 인해 50여년이 지난 현재는 상당수 표지판이 유실되고 지형 변화로 인해 식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현재 우리 군이 확인할 수 있는 표지판은 200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북한군이 지난해 4월부터 비무장지대(DMZ) 내 작업을 본격 시작한 이후 군사분계선을 반복적으로 침범하는 것에 대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설치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 상당수가 유실되어, 일부 지역의 경계선에 대해 남측과 북측이 서로 인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를 침범한 사례는 지난해 10차례 미만이었으나, 올해는 10차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은 군사분계선(MDL) 인식을 일치시키자는 것”이라며 “인식이 공유되는 지역은 그대로 두고,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확인하여 새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일치가 안 되면 계속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회담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방부가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을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은, 북한이 2023년 말 북한 김정은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이후 남측과의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소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남북 군사회담은 2000년 이후 국방장관 회담이 2회, 장성급 회담이 10회, 실무회담이 40회 열렸지만, 2018년 10월 제10차 장성급 회담 이후로는 7년 이상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