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매각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는 러시아 시장 철수 후에도 현지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여러 상표를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공장 재매입 바이백 시한이 약 한 달 남은 시점에 이뤄져 복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연방지식재산서비스(로스파텐트)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현대차가 이달부터 2034년까지 현대차 로고를 포함한 상표들을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상표들은 자동차와 다양한 자동차 부품 생산·판매 관련 분야를 포괄한다.

통신은 "이제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자동차와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상표 등록은 러시아 현행법에 따라 3년간 상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자동 취소되는 규정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러시아 특허 서비스 업체 온라인 파텐트의 변리사 마르가리타 타라소바는 리아노보스티에 "상표 등록은 복제나 비공식 딜러로부터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실제 상품을 출시할지는 불확실하며, 이는 철수 기업들의 일반적 대응 패턴과 유사하다.

코카콜라와 스타벅스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올해 러시아에서 상표를 등록한 바 있다.

현대차의 행보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재매입 시한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2023년 12월 러시아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지분 100%를 매각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대차가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재매입) 옵션을 걸고 1만 루블(당시 약 14만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계약 체결은 2024년 1월 마무리됐으며, 다음 달이면 2년 시한이 만료된다.

현대차는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해 러시아 시장을 공략했다.

2021년 러시아 신차 판매 순위에서 기아(20만5천801대)와 함께 현대차(17만1천811대)가 2·3위를 차지하며 시장 점유율 23.3%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와 서방 제재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같은 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아트파이낸스의 자회사 AGR자동차그룹은 인수 후 현대차 공장에서 '솔라리스'(현대 엑센트의 러시아 명칭) 등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며 차량을 생산해왔다.

올해 들어 현대차는 로스파텐트에 '현대 ix10', '현대 ix40', '현대 ix50' 등 3개 상표를 추가 등록했으며, 기아도 '기아 마이 모빌리티', '어 베터 웨이 투 고' 등 5건을 신청했다.

4월에는 현대차 8건, 기아 6건을 등록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한 17건의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총 20건 이상의 상표 등록으로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지식재산 보호가 강화됐다.

러시아 정부의 최근 수입차 관세 인상으로 중국차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2025년 1~2월 중국차 비중 50%로 하락), 현대·기아의 과거 인기 브랜드 이미지가 재진입 기회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현재로써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며 복귀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진전되면 바이백 옵션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서방 제재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리아노보스티는 현대차의 상표 등록을 "재진입 신호"로 풀이하며,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글로벌 브랜드 복귀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재진출 여부를 두고 내부 검토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