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 대학병원.사진=연합뉴스


지역의사제 법안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르면 내년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7학년도 의대 입시부터 지역의사선발전형이 치러질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며, 고질적인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공포 2개월 후 시행돼 다음 대입부터 적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의 핵심 내용은 의대 신입생 중 일부를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뽑아 학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10년간 정해진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거쳐 1년 범위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 면허 자격을 정지할 수 있으며, 자격 정지 3회 이상 시에는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

의대 정원의 몇 퍼센트(%)를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선발할지는 추후 시행령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이는 시·도의 의료기관 수, 부족한 의료인력 수, 의료 취약지 분포, 대학의 지역별 분포, 수급추계위원회의 추계 결과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지역 간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어 지방 환자들의 서울 원정 진료가 계속되고, 의료 취약지역에서는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의료 공백 문제는 수년 전부터 주요 의제로 논의되어 왔다.

2020년 당시 정부도 의대생 10년간 4천 명 증원과 함께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2023년에는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역의사제법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했으나,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는 "의대 증원이 먼저"라며 지역의사제를 제외한 채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만 추진하며 극심한 의정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보건의료노조 '의대정원 확대, 지역의사제도 도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이들은 9.2 노정합의 이행, 보건의료노동자 직종별 인력기준 제도화, 지역 의사제 도입 및 공공의대 설립, 주4일제 등을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역의사제 도입을 약속했으며, 이는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뒤 당정의 공감대 속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

내달 마무리되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내년 초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의 윤곽이 나오면 지역의사 양성 규모도 정해질 전망이다.

지역의사제 도입을 오랫동안 요구해온 시민단체 등은 이 제도가 지역 의료 공백 해소의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며 환영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지역의사제 도입을 통해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의사제 근거 마련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며 "지역의사들이 각 지역 의료의 핵심 주춧돌이 되도록 정부가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는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해 강제성을 띤 의무복무만으로는 지역 의료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법안 통과에 유감을 표시하며 "지역 의료 인력의 추계와 지역 병의원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의사제 도입은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 정책수가 등 보상체계 도입을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의료현실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고, 환자가 지역 의료를 신뢰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러한 조치가 가시화되어야 지역 의료가 살아날 것"이라고 제안하며,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사 정주 여건 조성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