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구금한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고문을 국가 정책처럼 시행하고 있다는 유엔 전문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고문 행위가 전쟁범죄이자 반인륜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가해자 기소와 독립 조사위원회를 요구했다.
위원회는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인권 단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조사했으며, 구금 시설에서 벌어지는 고문이 “국제법상 절대적 금지 규범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가자지구 전쟁(2023년 10월 하마스 공격 이후 발발) 중 이스라엘이 신규로 구금한 팔레스타인인이 수천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행정구금법과 불법전투원법을 이용해 피의자를 변호사나 가족 접견 없이 장기 구금할 수 있으며, 이는 가족들이 구금 시설조차 파악하지 못하게 만들어 ‘강제실종’으로 규정됐다.
위원회는 “고문이 체계적이며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 genocide) 구성 요소 중 하나라고 규탄했다.
◆ 구타·전기고문·성폭력…어린이·임산부도 대상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구금 시설에 갇힌 팔레스타인인들은 굶주림과 구타를 넘어 맹견 공격, 전기고문, 물고문, 장시간 고통스러운 자세 강요, 성폭력 등 다양한 고문에 시달렸다.
일부는 영구적으로 족쇄가 채워진 채 화장실 이용이 금지됐고, 기저귀 착용을 강요당했다.
덴마크 출신 위원 피터 베델 케싱은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조직적·광범위한 고문, 학대 증언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위원회는 이스라엘이 불법전투원법을 이용해 어린이, 임산부, 노인까지 구금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법은 전쟁포로로 간주되지 않는 용의자를 무제한 구금할 수 있게 하며, 가족 접견도 제한된다.
위원회는 “이러한 처우가 전쟁범죄이자 반인륜범죄에 해당한다”며, 상급 장교를 포함한 책임자 기소를 촉구했다.
서안지구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 군인들.사진=연합뉴스
◆ 독립 조사위원회 설치 요구…이스라엘 “허위 정보” 부인
위원회는 이스라엘에 가자 전쟁 중 고문 행위를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규탄하며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을 인정했으나, “한쪽의 국제법 위반이 다른 쪽의 위반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문 금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규범”이라고 재확인했다.이스라엘은 잔혹 행위 혐의를 부인했다.
제네바 주재 이스라엘 유엔대사 다니엘 메론은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혐의를 “허위 정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안보를 위한 필수 조치”라며 유엔 조사에 협조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