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아파트 화재 참사로 적어도 1백28명이 사망하고 1백50명가량이 실종된 가운데, 중국 당국이 2019년과 같은 반중국 시위 재연 가능성을 우려하며 혼란을 이용한 반중 행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29일(현지시간)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홍콩 국가안보처)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반중 세력을 향해 "민의를 거스르고 이재민들의 비통함을 이용해 정치적 야심을 이루려 한다"며, 홍콩을 2019년 당시의 난국으로 되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홍콩에서는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를 계기로 대규모 반중 시위가 수개월간 이어졌으며, 이후 2020년 7월에는 홍콩보안법에 따라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가 출범한 바 있다.
대변인은 "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히려는 자와 다른 마음을 먹은 자들이 이러한 재난 시기에 나쁜 일을 하려 한다"며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악의적으로 정부의 구호 업무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분열과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행정장관과 홍콩 정부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행위는 반드시 도덕적 질책과 법적 처벌을 엄하게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화재 참사 피해자를 추모하며
지난 29일(현지시간) 한 추모객이 대형 화재가 일어났던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 인근 공원에서 참사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꽃다발을 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 대변인은 "홍콩 정부 유관 부서가 재난을 이용해 홍콩을 어지럽히는 반역적 언행을 조사하고 저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시민들을 향해 "'시민들을 위한 청원'이라는 명목으로 사회 대립 및 분열을 선동해도 미혹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홍콩 국가안보공서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강력히 억제하고 타격해왔음을 강조하며, "홍콩 정부가 이러한 행위를 법에 따라 무자비하게 타격하고,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결연히 반격하고 제압하는 것을 굳게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 및 처벌하며, 홍콩 국가안보공서는 이를 집행하는 기관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탕 국장이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온라인상에 구호 활동과 관련한 가짜 정보가 대규모로 올라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 분열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고 지적하며 사회 단결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탕 국장은 정부가 무료 숙소를 제공하지 않아 이재민 일부가 하루 8천 홍콩 달러(약 1백5십1만원)짜리 호텔에서 지냈다는 주장이나, 소방관들에게 기본적인 보호 장비와 먹을 것도 제공되지 않는다는 주장 등을 예시로 들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친중 성향 홍콩 매체 문회보를 인용해, 반중 인사들이 화재 구호 현장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텐트를 운영하는 장면이 포착되었다고 보도했다.
검은 리본 만드는 홍콩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사진=연합뉴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South China Morning Post)는 홍콩 당국이 전날 이번 화재와 관련해 선동을 시도한 혐의로 남성 1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남성과 관련 조직은 정부에 이재민 지원, 공사 감독 시스템 조사, 독립 조사 위원회 설치, 정부 책임자 처벌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하는 청원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9년 시위 당시 시위대가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등 5가지 요구 사항을 내세웠던 상황과 유사한 양상이다.
중화권 매체 연합조보는 이번 화재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홍콩의 중국화'를 비판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이를 반박하는 학자 견해를 동시에 소개했다.
연합조보에 따르면 온라인상에는 "이번 화재는 홍콩 통치가 중국화된 상징적 사건이다", "중국 공산당이 통치를 주도한 뒤 사회의 관심사가 옮겨졌고, 비판·문책·감독도 할 수 없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중국 온라인에서는 "(대나무 비계 등) 홍콩의 관리가 중국 본토의 인접 지역인 광둥성 선전과 차이가 크다"는 등의 글도 존재한다. 연
합조보는 학자 견해를 인용하여 "소셜 미디어상의 대립적 정서는 비이성적이며, 중국 본토와 홍콩의 갈등 측면에서 문제를 봐서는 안 된다"며 "핵심은 화근을 조속히 찾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임시대피소에 앉아 있는 홍콩 화재 이재민
지난 28일(현지시간)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홍콩 북부 퉁 청 거리 시민회관 강당에 화재 이재민이 앉아있다.사진=연합뉴스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에서는 11월 26일 발생한 화재로 전날 기준으로 적어도 1백28명이 사망하고 약 1백5십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당국은 실종자 1백5십명 중 1백명은 신원 확인을 위한 세부 정보가 부족하며, 지인들이 실종자가 화재 아파트에 거주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고했거나 '별명' 정도만 아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홍콩 국가안보공서의 이번 입장은 홍콩 정부 2인자인 크리스 탕(보안국장)의 경고에 이어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