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지난 12월 11일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던 검사장들에 대한 '징계성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노골적인 입막음용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고등검찰청(고검) 검사로 전보 발령한 것에 대해서는 위법성 논란까지 불거져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사는 지난 11월 법무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집단 성명을 냈던 검사장들의 징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당시 일선 검사장 18명은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대검) 차장검사)에게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의 경위 설명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노 대행의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장들의 행동을 '집단 항명'으로 규정하며 법무부에 인사 조치를 압박했고, 법무부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검사장 18명 전원을 평검사로 전보 조처하여 사실상 '강등'하는 방안이 가능한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노만석 대행이 자진해서 물러났으며, 집단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송강 광주고검장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곧이어 정진우 검사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장직에 항소 포기 과정에 관여했던 박철우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을 발탁하며 조직 기강을 바로 잡겠다는 인사권 행사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단행된 인사는 조직 기강 확립과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둔 후속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부는 집단성명 작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일선 지검장 3명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성 보직 이동 조치했다.
이 인사에 포함된 인물로는 이재명 정부의 첫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 보임됐던 박혁수(32기) 대구지검장과 윤석열 정부 당시 대검찰청(대검) 대변인 및 중앙지검 2차장을 지낸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던 박현철(31기) 광주지검장이 있다.
또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를 지휘하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성 승진' 발령을 받은 뒤 이재명 정부의 첫 인사에서 일선 지검장 보직을 받았던 김창진(31기) 부산지검장도 이번 징계성 인사를 받았다.
김창진 검사장과 박현철 검사장은 인사 발표 직후 곧바로 '반발성' 사의를 표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현 정부가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을 막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단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진솔한 내부 문제 제기는 조직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며 "이번 인사는 더 이상 토론하지 말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후폭풍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 역시 "사실상 앞으로 정부·여당의 검찰 개혁 추진에 반기를 들지 말라는 의미"라며 "검사장 성명도 경위 설명을 촉구하는 취지였기 때문에 문제될 내용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동안 검찰 개혁 국면에서 정부와 여당에 적극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고등검찰청(고검) 검사 전보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급이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나뉘기 때문에 검사장을 고검 검사로 발령하는 것이 '강등'이 아닌 적법한 전보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한 번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검사들은 이후 인사에서 좌천성 발령을 받더라도 계속해서 대검찰청 검사급(고검장·검사장급) 보직을 맡는 것이 검찰의 오랜 관례였던 만큼, 이번 인사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령인 '대검찰청(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에는 검사장의 보직이 11개로 제한되어 있어, 이를 개정하지 않는 한 검사장급 인사를 '강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정유미 연구위원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번 인사가 법령을 명백히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법무부를 상대로 '법령을 지키는 것'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차원의 법적 다툼을 해볼 생각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