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 현판식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 7월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보들과 함께 현판식을 가졌다. 이날 민중기 특검 사무실에 걸린 현판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언급한 여야 정치인이 5명이었음을 11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번 발표는 윤영호 씨의 최근 법정 진술에서 촉발된 '편파 수사' 논란에 대한 특검팀의 대응이다.

특검팀은 편파 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해당 사안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노수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8월 말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에서 언급된 대상은 여야 정치인 5명이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그동안 통일교 측의 지원 대상으로 지목된 정치인들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해왔으나, 윤영호 씨의 법정 진술로 논란이 불거지자 언급된 정치인의 수를 공식 확인하게 된 배경이다.

박 특검보는 구체적인 5명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으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야권 인사가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거론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해당 의혹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특검팀이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한 수사보고서상으로 정동영 장관과 나경원 의원에 대해서는 금품수수 관련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재수 전 장관은 의혹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하며 "불법적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장관은 윤영호 씨를 한 번 만나 10분가량 얘기한 것이 전부이며, "금품수수 보도는 허위"이자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임종성 전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윤영호 씨를 모른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자신을 묶어 열거하는 것을 인위적으로 꾸미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의혹 관련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 "저질 물타기 정치 공작"이라고 밝혔다.

김규환 전 의원은 "윤영호 전 본부장이 교단 돈을 쓰다가 '배달사고'를 내놓고 특검에 아무나 생각나는 사람으로 자신을 언급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노수 특별검사보는 여권 인사가 연루된 해당 의혹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었으며, 이에 대해 수사팀 내에서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해 수사하지 않은 것이 특정 정당을 위한 편파 수사라는 취지의 보도나 주장이 잇따르는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특검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단지 해당 진술 사안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했으나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수사보고서에만 남겨두었다.

그러다 지난 11월 초 내사(입건 전 조사) 사건번호를 부여하면서 금품을 주고받은 이들에게 뇌물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특검팀 현판식, 발언하는 민중기 특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 앞에서 현판 제막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검팀은 지난 5일 윤영호 전 본부장의 법정 증언으로 해당 내용이 공개되면서 편파 수사 및 늑장 대응 논란이 불거지자, 최초 진술 4개월 만인 지난 9일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이첩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수사 실무상 원칙을 고수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거나 추가 절차가 필요하면 관련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에 적법한 수사기관에 일괄적으로 이첩하는 것이 실무상 원칙이며, 이에 따라 통일교 관련 수사가 마무리된 지난 11월 초 이첩 목적으로 내사 기록을 만들고 사건번호를 부여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를 국수본으로 이첩하려고 했으나, 예기치 않게 언론에 공개되면서 내사 사건의 기밀성이 상실되었고 이에 따른 증거인멸 우려로 더는 이첩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이첩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모든 절차는 특검과 특검보 등 지휘부로 보고 및 공유되는 통상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나온 결론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공소시효 문제와 관련하여 당사자의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에 의거해 적용될 죄명을 고려할 때 수사 기간 종료 후 일괄 이첩해도 문제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언급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이 언급한 5명 가운데 일부는 뇌물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는데, 어떤 죄명을 적용해도 공소시효(뇌물 15년, 정치자금법 7년)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적막한 가평 통일교 본부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가 종료된 가운데 지난 9월18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본부 일대가 적막하다.사진=연합뉴스


한편,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출신 황모 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오진 전 차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뒤 대통령실 관저 이전 실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그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이전TF(티에프, Task Force) 1분과장을 맡았으며,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을 지냈다.

특검팀은 김오진 전 차관과 황 씨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적용했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및 증축 공사를 수의로 계약하여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