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사진=산업통상자원부/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관세 협상 후속 조치로 추진해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공동위원회가 연기됐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국이 추진하는 디지털 관련 규제에 대한 불만을 이번 연기의 주요 원인으로 삼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Online Platform Law) 입법 추진과 관련해 미국 재계와 의회의 반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까지 압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 무역대표부, 한국 디지털 규제에 '차별적' 불만 표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보도를 통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가 전날 예정됐던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공동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는 소식통 3명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이 추진하는 디지털 제안을 차별적으로 판단했음을 취소 사유로 지목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 행정부는 한국이 디지털 분야를 비롯한 여러 우선 과제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고 전하며, 또 다른 소식통은 디지털 정책에 대한 “몇몇 견해와 의견 차이”로 인해 회의가 내년 초로 연기되었음을 밝혔다.

이는 양측 모두 한 번의 회의로 이러한 차이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없다고 인정한 결과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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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 공약 '온플법'에 미국 전방위 압박

미국이 문제 삼는 한국의 디지털 규제는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Online Platform Law) 등에 대한 입법 추진으로 지목된다.

온라인 플랫폼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미국 재계뿐 아니라 의회에서도 강력한 반대 목소리가 제기되어 왔다.

만약 폴리티코의 보도처럼 미국 무역대표부(USTR,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가 한국의 디지털 규제 추진을 이유로 회의를 취소했다면, 이는 트럼프 행정부까지 한국에 대한 압박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이 최근 디지털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s Act)을 근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엑스(X, 구 트위터)에 1억 2천만 유로(약 2천5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메타플랫폼, 구글,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나서자, 지난 16일 '상응 조치'를 경고하며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 스타일의 전략을 추구하는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연기와 관련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정보유출에도 쿠팡 이용자 수 '견조'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탈팡(쿠팡 탈퇴)과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쿠팡 관련 앱의 이용자 수는 사태 전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앱·결제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7일 쿠팡 앱의 주간 활성이용자 수(WAU)는 2천993만5천356명으로, 한 달 전인 11월 3∼9일(2천876만8천841명) 대비 약 4.1% 증가했다. 이날 서울의 한 쿠팡 차고지에 배송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 한국 정부 "사전 협의된 연기"… 쿠팡 연루설 부인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번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공동위원회 연기가 한미 간 사전에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의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7일(한국시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연내 하기로 했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양측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년 초 정도로 일정을 논의하며 건설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연기가 미국 상장기업 쿠팡 등에 대한 한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서는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 “미국 무역대표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를 연기하기로 한 결정과 최근 쿠팡 정보 유출 건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1위 업체인 쿠팡은 최근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여 정부 조사 및 경찰 수사에 직면했으며,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쿠팡 경영진을 불러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부실 대응을 거세게 질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