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과기부·개보위 업무보고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이 정부 각 부처 기관의 업무보고를 받는 중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자신의 역사 현학을 자랑하듯 환단고기를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의 민족사관이나 주체사관, 독립정신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동북아역사재단이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궁금하다면 그에 관해 업무보고를 요청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느닷없이 “환단고기는 연구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고, 이 발언에 전국민이 당혹스러워했다.
'환단고기 역주본' 책 표지.사진=상생출판/연합뉴스
◆ 환단고기의 기원과 논란
환단고기는 단행본이 아니다.
우리 한민족의 고대사를 기록한 고기가 선사시대에는 없었고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이 기원 전후 삼국시대 신라에 의해서 저술된 것이 한국사의 최초의 사료이다.
그 이후에 우리 근대사가 이병도와 그 제자들에 의해서 일제 식민사관에 입각하여 활발히 저술되었으며 일본의 서기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사관의 역사서가 오늘날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환단고기는 1911년 일제 강점기 초기에 계연수에 의해 삼성기·단군세기·북부여기·태백일사 등 각기 다른 4권의 책을 하나로 묶어 출간한 책이며 이밖에 화랑세기도 환단고기류에 속한다.
또한 1979년에 이유립이 펴낸 환단고기도 있으며 나중에 임승국 교수가 1989년에 한단고기라는 한글 번역본을 출간 보급했다.
한편 단재 신채호에 의해서 1924년에 조선상고사가 출간되었는데 여기서 민족 역사서로 환단고기를 언급하였다.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통일신라 시대 태자가 생활한 법궁인 동국에서 출토한 수세식 화장실 유적.사진=연합뉴스
◆ 민족 뿌리 찾기의 도리
무릇 한민족이라면 민족의 뿌리를 찾아보아야 하며 역사의 흐름을 비록 서적에서 뿐만 아니라 비문 서각 문화재 조상의 거주지를 샅샅이 뒤져보고 또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풍문으로도 조상의 발자취를 더듬어 확인해보는 것이 후손의 도리다.
“이른바 흙속에 저 바람 속에서 또 영혼의 소리에서도 그 역사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비록 세월이 많이 흘러도 그 시대를 소급하여 역사서를 기록하는 것이 마땅하고 옳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비록 환웅 배달 단군의 역사가 문헌으로 기록되어 전해 오지 않았을지라도 나중에 계연수 신채호 이유립 임승국 등이 이들 자료들을 종합하여 기록한 것을 위서니 조작이니 하면서 그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황국사관에 의한 서기를 자기네 역사로 존중하고 후세에 교육시키고 있으며 중국 또한 자기네 역사를 동북공정 서북공정 동남공정 서남공정으로 분류하여 왜곡 날조하여 선전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여 우리도 우리의 바른 민족사를 찾아 적극적으로 후세에 교육하여야 할 것이다.
◆ 동북아역사재단은 어떤 기관인가
환단고기는 그렇다 치고 우리 정부 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은 어떤 기관인가?
동북아역사연구재단은 동북아역사연구재단법 제1조 규정에 의하면, 동북아시아의 역사문제 및 독도 관련 사항에 대한 장기적ㆍ종합적인 연구ㆍ분석과 체계적ㆍ전략적 정책개발을 수행함으로써 바른 역사를 정립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 및 번영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재단은 2006년 9월부터 활동하고 있는 교육부 산하 정부기관이다.
이는 과거 ‘고구려연구재단’과 ‘바른역사정립기획단’이 합쳐진 기구인데, ‘고구려연구재단’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여 고구려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민족의 역사적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2004년 3월 설립되었으나 약 2년 5개월간 존속하였다.
또한 ‘바른역사정립기획단’은 2005년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와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되었다가 2006년 8월 고구려연구재단과 함께 해산하고 ‘동북아역사재단’으로 확대 개편되었다고 한다.
잘못된 역사 사실이 기재된 중국 용담산성의 안내판
"고구려 문화재 유적 관광지는 (중략) 여기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떨쳐온 중화민족 비석 예술의 진품으로 불리는 호태왕비가 있고…" 고구려 무덤인 장군총에 있는 설명문에는 광개토왕비가 중화민족의 예술품으로 명시돼 있다. 고구려를 한국이 아닌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의도를 품고 쓴 것으로 분석되는 글이다. 이처럼 명확한 역사 왜곡에 대해 중국에 수정을 요청해도 바로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 재단 운영의 한심한 실태
그런데 지금 동북아역사재단의 운영 실태를 보면 실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 역사재단의 설립 목적이 한민족의 고유 영토인 북방 강역을 대한민국이 잊지 않도록 하고 독도의 소유권을 수호하기 위한 역사적·학술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 회의 때마다 과거 고구려연구재단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민족사학자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더욱이 일본 서기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식민사관 사학자들이 이병도 이후에도 여전히 사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들로 인해 바른 역사란 전통 사학자들의 사관에 입각한 역사를 지칭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런 식이라면 동북아역사재단의 존재의의 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여겨진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올바르게 대응하여 고대 환국과 환웅의 배달 조선 및 단군의 단군조선의 역사와 그 강역이 바른 역사임을 말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가 우리 민족의 뿌리이고 전통임을 온 국민에게 자각시키고 이런 바른 역사를 우리 후손들에게 교육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때 동북아역사재단의 존재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 이재명의 발언이 남긴 아쉬움
그러므로 이재명이 기왕 동북아역사재단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환단고기 이야기를 꺼내려 했다면, 먼저 환단고기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하고 자신의 역사관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바른 역사 연구를 위해 동북아역사재단의 임무를 상기시키고, 그러한 방향으로의 연구 노력을 촉구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그냥 국민들도 잘 모르고 소위 전통 사학자들로부터 위서로 취급되어온 환단고기에 대해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그거 위서 아니냐?” 식으로 묻는다면 그런 질문이야 말로 이 나라의 최고 책임자도 아니러니와 헌법 전문에 규정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의 대표자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망발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직접 환단고기를 위서라고 규정함으로써 가뜩이나 풀이 죽어 있는 재야 사가들을 확인사살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부정 선거로 대통령이 된 쥐뿔도 모르는 가짜 대통령의 입에서가 아닌, 진짜 대통령 자격이 있는 위대한 대한민국 대통령이 나타나 그런 대통령의 입에서 세계 인류의 모범이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환단고기의 역사적 사료로서의 중요성과 그 정통성을 온 국민과 동포들에게 강조하기를 학수고대하는 바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