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9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충북도당 당원 교육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에 대한 중징계 권고를 시작으로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장동혁 대표 측 인사와 한동훈 전 대표 측 인사가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대리전 양상은 장 대표와 한 전 대표가 간접적으로 가세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계파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원회에서 징계 권고를 받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징계 조치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장동혁 대표 체제를 공격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정당에서 말을 처벌하기 시작하면 히틀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나치당처럼 된다'는 여상원 전 윤리위원장의 인터뷰를 공유하며 “장동혁 대표님, 혹시 히틀러처럼 되고 싶은 겁니까”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징계를 권고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을 거론하며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비상계엄을 옹호한 이 위원장님, 여 전 위원장에겐 어떤 징계를 내릴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주류 세력인 보수가 어쩌다 깜냥도 안 되는 사람들이 쥐고 흔들며 히틀러 흉내 내는 정당이 돼가는지 한숨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여상원 전 위원장은 지난 11월 "당 관계자로부터 빨리 (사퇴) 의사표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며 윤리위원장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장 대표의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는 발언에 대해 "당 대표로서 왜 자기 당 사람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 물을 흐리고 전열을 흐트러뜨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상계엄 1주년 기자회견 하는 한동훈 전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ㆍ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장동혁 대표 측에서는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등판하여 한동훈 전 대표를 공격했다.

장 부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하여 한동훈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최근 '러브샷' 사진에 대해 "정계 은퇴 러브샷"이라며 “당내에 김 전 장관을 따르거나 지지하는 현역 의원이나 당원은 거의 없다.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

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냈던 김문수 전 장관이 "우리 당에서 우리 보배를 자른다고 한다"며 한 전 대표를 두둔하고 사실상 장 대표를 비판하자, 그 영향력을 평가 절하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예찬 부원장은 한 전 대표가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무감사위원회의 중징계 권고에 반발한 것을 두고는 SNS에서 한 전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제기된 '당원 게시판 사태'를 거론하며 "자신과 가족 문제에 곧 죽어도 사과와 반성을 안 하는 한동훈이 남에게 손가락질하며 사과와 반성 운운할 자격이 있나. 내로남불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하여 "당 내부에서 소란이 일어나고 자꾸 파벌이 생기면 망한다"며 "안에서 자꾸 떠드는 사람, 헛소리하는 사람 다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저는 장동혁 대표의 행보에 적극 찬성을 보낸다. 얼마나 열심히 싸우고 있느냐. 장동혁 중심으로 똘똘 뭉쳐나가야 한다”고 장 대표를 지지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후 충북 청주에서 열린 충북도당 당원 교육 축사에서 당내 비판을 의식한 듯 “당 대표가 부족하다면, 당 대표가 잘못하는 게 있다면,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우리는 그 부족함을 메워줘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가 더 하나로 뭉쳐서 부족한 사람에게 더 힘을 보태줘야 할 것”이라며 “저는 제 부족함도 잘 알고 있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발언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아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18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의원 10여명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정연욱 의원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윤한홍 의원 등 10여 명과 만나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며 화합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2007년 대선 승리일과 이 전 대통령의 생일, 결혼기념일이 겹치는 19일을 '트리플 크라운 데이'로 기념하며 그 무렵 송년 모임을 가진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모임에서 "당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지 계보 중심으로 모이면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보수 안에도 좌파라는 얘기를 듣는 사람도 있고, 극우 보수도 있을 수 있다. 결국 다 우리 편이다. 이제 지지율을 높이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위기 때는 다 힘을 모아야 하고 절망보다는 희망을 가지자. 선거를 앞두고 하나로 뭉치라"며 "형제 간에 싸우는 집도 강도가 들어오면 강도부터 막는 것이 먼저 아니냐"고 비유하기도 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은 이 전 대통령이 '당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라'고 당부할 때 장 대표나 한 전 대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 "특정 인물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은 아니었다"며 "당이 어려우니 지금 싸우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