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기자회견 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하여 분쟁의 시작과 종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전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영토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평화적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러시아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쟁 종식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고스티니드보르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행사 '올해의 결과'에 참석했다.
그는 4시간 27분간 이어진 회견의 첫 주제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루며 "아직 (영토 양보에 대한) 준비를 보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가 기본적으로 평화적 수단으로 분쟁을 종식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자신이 제시했던 원칙, 즉 우크라이나의 철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가입 포기 등을 기반으로 갈등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조건들이 러시아가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요소라고 강력히 주장하며, 현재 미국이 중재하는 협상에서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전황에 대해 "러시아군이 전체 전선을 따라 전진하고 있고 적은 모든 방향에서 후퇴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점령한 지역을 발판으로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으로 진군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러시아군은 연말까지 추가적인 성공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쟁을 끝내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지난 8월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타협안을 제시했으며, 자신은 그 제안에 사실상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타협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설명하며 "현재 공은 전적으로, 완전히 우크라이나와 유럽 후원자들의 코트에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내년 전쟁으로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책임에 대한 미국 엔비시(NBC, National Broadcasting Company) 방송 기자의 질문에는 "생명 손실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2014년 우크라이나 쿠데타 이후 전쟁이 시작됐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러시아는 내년에 어떠한 군사 분쟁 없이 평화롭게 살고 싶다"며 평화적 해결과 협상 준비 의사를 피력했다.
이날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유럽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대출로 활용하려 한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계획을 '절도'가 아닌 '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절도는 몰래 자산을 훔치는 것이지만, 이 경우 그들은 공개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이 이 계획으로 우크라이나 분쟁을 더욱 격화시키려 한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그들에게 더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이는 그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유로존의 신뢰를 깨트린다"며 경고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할 것'이라는 거짓 주장을 통해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러시아와 전쟁'을 언급한 것에 놀랐다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존중받는다면 새로운 '특별군사작전'은 없을 것이며, 러시아와 유럽이 협력하면 번영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유럽이 점차 쇠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기자회견에서 발언권 얻으려고 노력하는 기자들.사진=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약 80개의 질문에 답하며 출산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경제 규모가 큰 대부분의 나라가 출산율 감소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상황이 더 극적이다. 일본의 출산율은 0.8%, 한국은 0.7%"라고 지적했다.
인구 위기 문제 해법으로 "자녀를 갖는 것이 유행과 트렌드가 되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부모가 되는 것의 기쁨을 이해하게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비비시(BBC, 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 방송에 대해 영상 편집으로 연설 내용을 왜곡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옳았다"고 평가했고, 우주에 무기를 배치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선에서의 성과를 다룰 때는 러시아의 영웅 훈장을 받은 군인이 직접 설명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소통했으며, 개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호위 차량 없이 모스크바 도로를 운전한다고 답하거나, 사랑에 빠졌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