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희준 광주고검 검사, 김동희 부산고검 검사.사진=연합뉴스
안권섭 특별검사팀은 24일 쿠팡 '퇴직금 수사 무마·미지급 의혹'과 관련해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김동희 부산고검 검사(전 부천지청 차장검사), 그리고 해당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신가현 부천지청 검사 등 전·현직 검사 3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직권남용 혐의 규명을 위해 법조계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는 등 수사 외압 의혹에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후부터 김 검사의 부산고검 사무실과 엄 검사의 광주고검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투입,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관련 증거를 확보 중이다.
사건의 진실을 최초로 폭로한 문지석 부장검사는 자신과 주임 검사가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을 불법으로 규정했음에도 김 검사가 '무혐의가 명백하다'며 회유했으며, 엄 검사는 올해 2월 새로 부임한 주임 검사에게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주장해 왔다.
특검팀은 문 부장검사의 이러한 주장을 토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엄성환 전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Coupang Fulfillment Service) 대표이사 변호를 맡았던 권선영 변호사와 문지석 부장검사도 포함됐으나, 이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 부장검사는 특히 김 검사가 친분이 있던 권 변호사를 통해 쿠팡 측에 압수수색 정보를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부천지청이 대검찰청에 보낸 보고서에서 핵심 증거인 '일용직 제도 개선' 문건들이 의도적으로 누락되었다는 점도 지적한 바 있다.
상설특검, '관봉권 폐기' 관련 한국은행 수색…첫 강제수사
검찰의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을 수사하는 안권섭 상설 특별검사팀이 19일 수색·검증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한국은행 발권국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의혹은 지난 2023년 5월, 쿠팡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 성격의 금품을 체불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쿠팡은 '퇴직 금품 지급 관련 규정'을 변경하여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에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수정했으며, 이는 하루라도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하인 날이 있으면 퇴직금 산정 기간을 초기화하는 '퇴직금 리셋 규정'으로 논란을 빚었다.
쿠팡 내부 문건인 '일용직 제도개선' 자료에는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기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제기 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개별) 대응"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어, 퇴직금 회피 의도를 시사하는 정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검팀은 이러한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와 쿠팡CFS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광범위하게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