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4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과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 오빠 김진우 씨 등 총 6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 측근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기소로, 특검 수사는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경기도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선교 의원은 최은순 씨와 김진우 씨의 청탁을 받고 이들에게 개발부담금을 면제하거나 줄여줄 것을 군청 공무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의원은 사업 기간 중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양평군수를 지냈으며, 이러한 지시로 인해 최씨와 김씨가 운영한 시행사 이 에스 아이 앤 디(ESI&D)는 약 2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고 양평군에는 같은 액수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최씨와 김씨의 청탁을 받아 군청 공무원들을 상대로 개발사업 인허가 로비 활동을 벌인 전직 언론인 A씨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신문사 근무 이력이 있는 A씨는 당시 양평군 공무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최씨와 김씨를 김 의원에게 소개해 준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최씨와 김씨가 실제 ESI&D에서 근무하지 않은 A씨에게 로비 활동 대가로 급여 명목으로 약 2억4천3백만 원을 지급하고 법인카드 사용액 594만 원을 지원한 것을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판단했다.
김건희 일가 특검 출석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와 오빠 김진우 씨가 4일 서울 광화문 KT 빌딩에 마련된 김건희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김진우 씨에게는 김건희 여사가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공천 청탁의 대가로 받은 이우환 화백 그림을 장모 자택에 숨겨 증거를 인멸한 혐의(증거은닉)도 적용되었다.
김씨와 최씨는 ESI&D를 차례로 경영하며 2011년에서 2016년 사이 양평 공흥지구에 35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하여 약 80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허위 서류를 꾸며 개발부담금을 축소하려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양평군은 ESI&D 측 자료에 따라 2016년 11월 17억4천8백여만 원을 부과했다가, 두 차례 이의·정정 신청을 받은 뒤인 2017년 6월 개발부담금을 아예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양평군은 2021년 11월 뒤늦게 ESI&D에 1억8천7백여만 원의 개발부담금을 부과했다.
특검팀은 이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던 양평군청 공무원이 숨져 강압수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공무원은 지난 10월 2일 조사를 받고서 같은 달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그가 생전에 남긴 자필 메모에는 특검팀이 강압과 회유를 동원해 김 의원의 지시를 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유도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검팀은 사건 이후 내부 진상조사를 벌여 약 한 달 반 만인 지난 1일 당시 수사팀원 3명의 파견을 해제했다.
한편, 특검팀은 ESI&D가 개발부담금을 면제받는 데 관여했다고 의심받는 최씨의 동업자 김충식 씨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로 입건했으나, 이번 기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오는 28일 특검 수사기간이 종료되기 전 그의 처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