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접목된 중국 항일전쟁기념관 전시물
지난달 8일 오후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서 항일전쟁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기념관 관계자는 이 영상에 AI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이 다음 달 2일부터 3일까지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대회(전승절 80주년)를 앞두고, 항일전쟁 역사서에 공산당을 '국민 저항의 기둥'으로 명시하며 역사 왜곡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이는 공산당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결속력을 다지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홍콩 명보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군사과학원이 편찬하고 인민해방군 출판사가 출간해온 '중국 항일전쟁사' 개정 증보판에는 공산당을 '중류지주(中流砥柱·역경에 굴하지 않는 튼튼한 기둥)'로 표현한 내용이 담겼다.

명보는 항일전쟁의 "주축"으로서 중국 공산당의 역할을 온전히 이해시키고 국민 결속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이 같은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중국 내 대학과 도서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이 역사서는 역사 유물론 관점과 시각으로 14년에 걸친 중국의 항일투쟁을 수록하고 있으며, 중국 전역 '저항의 중추'로서 중국 공산당의 모습이 이번 개정 증보판에 더욱 강화되어 담겼다고 명보는 소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7일 "공산당이 항일전쟁의 최종 승리에 중추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민족 부흥을 이끄는 핵심 세력으로 거듭났다"고 강조했다.

중국 군부 서열 2위인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또한 26일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군사 학술 심포지엄에서 "항일전쟁 시기에 인민의 기둥으로서의 중국 공산당의 역할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이 전승절을 계기로 항일전쟁의 주력군이 장제스가 이끈 국민당군이었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고, '공산당이 항일전쟁의 주축'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중국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공산당이 항일전쟁을 주도했다는 주장은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으며, 국내외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정부도 자국 외교 소식통을 통해 중국 기념식이 지나치게 과거사에 초점을 맞추고 반일적인 색채가 짙다면서 각국에 열병식 참석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일본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했다"며 "일본이 진심으로 역사 문제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싶다면 성실한 태도로 침략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일본 군국주의 침략으로 고통받았던 모든 국가에 대한 모욕"이라며 "마치 나치 독일에 의한 만행을 되돌아보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지 않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중국의 논조를 옹호했다.

앞서 지난 2017년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항일전쟁 시기를 기존 8년에서 14년으로 늘려 공식화하고, 이를 중국 초·중·고교 교과서에 수정 반영했다.

이는 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1937년)을 기점으로 한 '8년 전쟁'에서 류탸오후(柳條湖) 사건으로 촉발된 만주사변(1931년)을 기점으로 한 '14년 전쟁'으로 바꾼 것이다.

이 같은 역사 수정은 지난 2015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집단 학습에서 시 주석이 항일전쟁과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에서 중국의 중요한 역할은 물론 중국 인민 승리의 중추로서 공산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명보는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