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악성 앱 '통화 가로채기' 수법.경찰청

경찰청이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에 대응하여 예방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경찰청은 보이스피싱을 "전 세대를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과 같은 범죄"로 규정하며, 국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총력 대응을 천명했다.

경찰청이 28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보이스피싱 예방 영상 5편 중 하나는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취임식 도중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고, 수화기 너머에서 자신이 카드 배송원이나 검사라고 말하는 가상의 상황을 연출했다.

이는 보이스피싱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해당 영상은 TV 공익광고, 영화관, 서울 지하철 주요 역사 등을 통해 약 한 달간 송출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기관·금융회사·통신사 등을 통한 홍보 캠페인도 함께 진행된다.

보이스피싱 예방 영상 등장한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경찰청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보이스피싱은 1만4천707건 발생하여 피해액은 7천76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발생 건수는 25.3% 늘었고, 피해액은 약 2배로 증가한 수치다.

특히 금융감독원이나 검사 등을 사칭하는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전체 피해액의 75%(5천867억 원)를 차지하며 심각성을 더했다.

기관 사칭형의 건당 평균 피해액은 7천554만 원으로, 고액화하는 추세다. 가장 전형적인 수법은 검사·경찰·금감원 직원인 척하면서 '범죄에 연루됐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는 식이다.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30대 이하가 절반 이상인 52%를 차지하고,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43%를 차지하는 등 연령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은 과거의 단순 사칭을 넘어 더욱 고도화되고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해 휴대전화 내 정보를 탈취하고 전화 통화, 위치정보 등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진짜처럼 꾸며진 사칭 사이트와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 적시된 서류를 제시하여 피해자가 실제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가스라이팅' 수법도 빈번하다.

심지어 피해자가 완전한 심리적 지배를 당했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일부러 돈을 요구하지 않기도 하며, '본인이 처벌되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본인으로 인해 발생한 범죄에 대해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 등을 담으라는 식의 반성문 작성을 지시하기도 한다.

주기적인 '정시 보고'를 강요하고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는가 하면, 숙박업소에 홀로 고립시키는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까지 발생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발표하는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찰은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예방 포스터 5만 부를 제작하여 숙박업소에 배포했다.

이 외에도 카드배송원·우체국 집배원이 카드 배송을 하러 왔다고 연락한 뒤 명의도용을 속이는 방식이나,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을 노려 대환대출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박성주 본부장은 보이스피싱 척결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특히 악성 앱 설치나 지인 사칭 문자 메시지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신종 수법에 대한 정보를 확산하여 보이스피싱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