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윈저에서 의장대 사열하는 찰스 3세 국왕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 부부.사진=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비롯한 왕실 주요 인사들이 17일 현지시간 윈저성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성대한 환영식으로 맞이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두 번째 국빈 방문으로, 영국 왕실이 전통적으로 두 번째 임기 국가수반을 국빈 초청하지 않는 관례를 깬 이례적 행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 2019년 6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저녁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미국 대사관저 윈필드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17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Marine One)으로 윈저성에 도착했다.

윌리엄 왕세자와 캐서린 왕세자빈이 먼저 마중을 나와 환영했으며, 이어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가 윈저성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이때 윈저성과 런던탑에서 각각 4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찰스 3세 윈저성 마차 행렬.사진=연합뉴스


찰스 3세 국왕과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왕실 상징물로 장식된 금도금 마차 아일랜드 국가 마차(Irish State Coach)에 탑승해 왕실 근위대 호위를 받으며 윈저 부지를 가로질렀다.

이 마차는 국왕의 의회 개원식 킹스 스피치(King’s Speech)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1947년 결혼식에 사용된 역사적 유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특별 대우를 상징한다.

카밀라 왕비와 멜라니아 여사는 스코틀랜드 국가 마차(Scottish State Coach)에 동승했다.

카밀라 왕비는 파란색 정장과 모자를,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넥타이와 조화된 자주색 챙 넓은 모자를, 캐서린 왕세자빈은 붉은 정장을 착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손짓하는 찰스 3세.사진=연합뉴스


윈저성 내 공식 환영식장에서 찰스 3세 국왕과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군 1천300명과 말 120필로 구성된 의장대를 사열했다.

사열 중 트럼프 대통령이 국왕보다 앞서 걷는 장면이 있었으나, 이는 찰스 3세가 손짓으로 앞서가도록 유도한 결과였다.

에이피(AP, Associated Press) 통신은 2019년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앞서 걸어 외교적 결례 논란이 있었던 점을 언급하며, 이번 의전이 이를 고려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두 정상은 마차 행렬과 사열 내내 담소를 나눴다.이어 두 정상은 윈저성 내에서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왕실 수집품 전시 관람 중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 관련 자료를 보며 “와우”라고 감탄했고, 찰스 3세 국왕은 “아주 멋지다”고 화답했다.

찰스 3세 국왕과 카밀라 왕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독립 선언 250주년 기념 수제 가죽 책,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일 버킹엄궁에 걸렸던 영국 국기, 영국 디자이너 아냐 하인드마치(Anya Hindmarch) 핸드백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대통령의 검 복제품과 티파니(Tiffany & Co.) 빈티지 브로치를 답례로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윈저성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묘에 헌화했다.

당초 미군과 영국군의 에프-35(F-35) 전투기 합동 공중분열이 예정됐으나, 기상 악화로 영국 곡예비행단 레드애로스(Red Arrows)만 참여했다.

저녁에는 윈저성 세인트 조지 홀에서 국빈 만찬이 열렸다. 윈저성 주변은 삼엄한 경비 속 철제 장벽이 설치됐으며, 비비시(BBC, 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는 이 수준의 보안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17일(현지시간) 런던 도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사진=연합뉴스


윈저성 인근에는 관광객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몰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자 수십 명이 “가버려라. 당신이 윈저를 오염시키고 있다”, “당신이 하는 정치에선 구린내가 난다”는 팻말을 들었다.

런던 도심에서는 약 50개 단체, 3천명이 “트럼프를 저지하라”, “파시즘에 반대” 등의 팻말과 트럼프를 희화화한 풍선을 들고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