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상민 전 검사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그림을 건네고 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김건희 여사 측에 고가 그림을 전달하고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가운데, 18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특검팀이 청구한 김 전 검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2월 김 여사 오빠 김진우 씨에게 1억4천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전달하면서 작년 4월 10일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팀은 수수자로 김 여사를 특정했으나, 혐의 성립을 위해 공직자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거부로 김 여사를 대체 수수자로 뒀다.

김 전 검사 측은 그림을 김진우 씨의 요청으로 대신 구매해 전달했을 뿐이며, 공천 청탁 등은 없었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전 검사 측은 감정 기관 간 그림 진위 여부가 엇갈려 위작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혐의 적용 시 물품 가액이 크게 낮아져 구속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특검팀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검팀은 김 전 검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외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작년 총선 출마 준비 과정에서 사업가 박모 씨 측으로부터 선거용 차량 대여비를 대납받은 부분을 포함한다.

박 씨는 '존버킴' 또는 '코인왕'으로 불리며, 2021년 2월부터 2022년 4월 스캠코인 '포도'를 발행·상장해 809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이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9월 현직 부장검사 신분으로 경남 창원 지역 주민들에게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총선 출마를 시사하며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한 논란을 빚었다.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을 도왔던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는 김 여사가 "창원 의창구에서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그러면 선거 이후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김 전 검사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락(컷오프)했으며, 4개월 만인 작년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에 임명됐다.

특검팀은 이 임명 과정에도 김 여사의 영향력이 행사됐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번 구속으로 특검팀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검팀은 지난 7월 초 현판식을 열고 수사 개시를 선포한 뒤, 김 여사가 작년 총선, 2022년 6월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등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파헤쳐 왔다.

지난달 29일에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태균 씨로부터 합계 2억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적용해 김 여사를 구속기소했다.

특검팀은 김 전 검사 구속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의 공모를 전제로 한 뇌물 혐의 수사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실제 공천 과정에서 김 여사의 입김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것이 특검팀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