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의 최신 무기지원 목록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이 포함될 것이라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승인한 무기지원 패키지 내용을 언급하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 미사일도 확실히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끊임없는 미사일 및 드론 공습에 맞서기 위해 첨단 방공무기 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바 있어, 이번 미국의 결정은 방어력 강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총 10억 달러(약 1조3천800억원) 규모의 무기지원 패키지 2건을 승인했다.
이 지원은 '우크라이나 우선요구목록(PURL, Ukraine Priority Requirements List)'이라는 특별한 무기조달 체계를 통해 이루어졌다.
PURL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고안된 것으로, 미국 정부가 무기 수출을 승인하지만 비용은 유럽 동맹국들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미국 정부가 이 PURL 시스템을 이용해 무기 수출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까지 이 PURL 체계를 통해 지원국들이 20억 유로(약 3조3천억원) 이상을 모금했으며, 다음 달 추가 모금이 이루어질 경우 최대 35억 유로(약 5조7천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거듭되는 공습에 대비해 우크라이나가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방공 시스템 확보는 최우선 과제였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자체 보유 중이던 패트리엇 시스템 2대를 우선 우크라이나에 보낸 뒤, 미국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매하여 공백을 메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독일은 자국이 보유한 패트리엇 발사대 1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패트리엇 시스템은 고성능 발사대와 미사일, 그리고 정교한 레이더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패트리엇 시스템은 대략 6~7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쟁 재건을 위한 국제 협력도 구체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 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는 이날 공동으로 재건 투자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각각 7천500만 달러(약 1천32억원)를 출자하여 총 1억5천만 달러(약 2천65억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기금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체결한 이른바 '광물협정'(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에 관한 협정)에 따라 조성되는 것이다.
광물협정의 핵심 내용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 자금을 장기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포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이 광물 개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얻는 수익의 절반은 이 기금으로 귀속되며, 만약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어떠한 형태로든 새로운 군사 지원을 제공할 경우 그 가치를 기금에 대한 출자분으로 간주하게 된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 기금을 활용하여 내년 연말까지 에너지, 인프라, 핵심광물 분야에 초점을 맞춘 3개 프로젝트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