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옥.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연합뉴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표준 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약제 및 치료재료 허가범위 초과사용 평가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한다.
복잡한 절차와 안전성 우려로 인해 그동안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난제였던 이 제도는,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면서 동시에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심평원은 18일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전략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개선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 개선은 지난 8월 국내외 전문가 300여 명이 모여 관련 발전 방향을 모색했던 국제 심포지엄의 후속 조치다.
심평원이 의약품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약제 및 치료재료 허가범위 초과 사용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점들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이 담겼다.
'허가범위 초과사용'이란 특정 질환에만 승인된 약제를 의학적 판단에 따라 대체 치료제가 없는 다른 질환의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과 같은 의료 행위로 인식된다.
가장 큰 변화는 현재 의료진의 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들었던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 승인 절차를 과감히 간소화하는 것이다. 대신, 임상의사, 약사, 윤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전담 심의위원회'를 신설하여 신속한 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보고서는 이 전담 심의위원회가 주 1회 이상 심사를 열어 신청 후 1~2개월(1개월 또는 2개월) 이내에 결과를 통보함으로써 심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료진의 95퍼센트(%)가 현행 IRB 승인 절차 유지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만큼, 현장의 개선 요구는 매우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등 긴급 상황에서의 '허가 외 치료재료' 사용을 위한 길도 열린다.
보고서는 수술 중 예상치 못하게 허가 외 치료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등 긴급성을 고려하여 의료진의 판단 아래 '선(先) 사용, 후(後) 보고'가 가능한 유연한 체계 도입을 제언했다.
현재는 긴급 사용 후 심사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면 병원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이는 의료진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향후에는 명확한 기준 하에 사후 보고를 허용함으로써 응급 환자 치료에 차질이 없도록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도 개선 과정에서 환자 안전 확보를 위한 장치는 더욱 강화된다.
IRB 승인 절차는 간소화되지만, 환자에게 사용 목적과 기대 효과, 그리고 발생 가능한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는 훨씬 중요해진다.
또한, 전담 심의위원회는 허가 외 사용 내역, 치료 효과, 부작용 사례 등을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여 향후 정책 개선 및 환자 안전 관리 강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장치 마련도 유력하게 검토된다.
심평원은 '허가 외 사용'의 승인 및 불승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사용 시도를 방지하고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환자 안전을 위한 현안들을 차근차근 해결하여 더욱 안전하고 수준 높은 의료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