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선서식
지난 2024년 10월 21일 로스앤젤레스 소재 그리피스천문대에서 열린 귀화 선서식에서 새로 미국 시민이 된 사람들이 충성 맹세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국토안보부(DHS,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와 산하기관인 연방이민국(USCIS, United State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은 18일 시민권 시험의 문항 수와 출제 범위를 올해 10월 중순부터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판 시험을 폐지하고 2020년판 시험을 부활시키는 조치로, 귀화 신청자의 미국 역사와 정부 지식 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시민권 시험은 귀화 면접 시 이민국 직원이 문제은행에서 문항을 선택해 질문하면 신청자가 단답형으로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항은 미국의 역사와 정부에 대한 기초 지식을 다루며, 복수 정답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2020년판 시험의 문제은행은 128개로 현행 2008년판의 100개보다 늘어나며, 공부 범위도 확대된다.

2008년판에 없던 문항으로는 수정헌법 제10조(연방정부에 명시되지 않고 주에 금지되지 않은 권력은 주나 국민에게 유보된다), 연방주의자 논집(Federalist Papers),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전 대통령,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미국의 혁신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다.

합격 기준도 변경된다.

2008년판은 질문 10개 중 6개 이상 정답 시 합격이나, 2020년판은 질문 20개 중 12개 이상 정답이 요구된다.

불합격 시 한 차례 재응시 기회가 주어지며, 재시험 실패 시 귀화 신청이 반려된다.

원칙적으로 영어로 치러지지만, 65세 이상이며 영주권으로 20년 이상 거주한 신청자는 영어 외 언어 응시와 출제 범위 축소(문제은행 20문항)를 선택할 수 있다.

2020년판 시험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말기인 2020년 12월 1일부터 시행됐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5개월 만인 2021년 5월 1일부터 2008년판으로 되돌렸다.

이번 부활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강화 일환으로, USCIS 공보 담당자는 “귀화 시민들이 완전히 동화되고 미국의 위대함에 기여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시민권은 세계에서 가장 신성한 시민권이며, 우리의 가치와 원칙을 온전히 수용하는 외국인들에게만 부여돼야 한다”고 CBS 뉴스에 밝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민단체 전국이민법센터(NILC, National Immigration Law Center)의 제니퍼 이바예스 휘틀록(Jennifer Ibanez Whitlock) 선임 정책법무고문은 “이번 변경이 미국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시민권을 받는 것을 더 까다롭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CBS 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별도로 귀화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인격적으로 도덕성이 양호할 것” 요건 심사를 엄격히 하며, 이웃·직장 동료 의견을 듣는 평판조회를 부활시켰다.

또한 소셜미디어 활동 검토를 통해 귀화·영주권·노동허가 신청자의 ‘반미국적’ 견해를 적발하도록 USCIS에 지시했다.

이번 변경은 이미 신청하거나 30일 이내 신청자는 2008년판을 치르며, 이후 신청자는 2020년판(2025년판으로 불림)을 적용받는다.

USCIS는 18일자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공지했으며, 추가 개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