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모별 수출 및 수출품목 HHI.한국무역협회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한국의 수출 편중도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수출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KITA, Korea International Trade Association)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8일 국내 수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수출의 다변화 현황과 수출 지속 및 성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불확실한 대외 무역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출 다변화의 필수성을 강조했다.
◆ 한국, 수출국 및 품목 집중도 모두 세계 10대 수출국 중 '최고' 수준
보고서가 수출 집중도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인 허핀달-허쉬만 집중도 지수(HHI, Herfindahl-Hirschman Index)를 활용하여 세계 10대 수출국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수출국 집중도 지수는 918로 집계되었다. 이는 수출 규모가 비슷한 일본(892)보다도 높은 수치이며, 네덜란드(841), 미국(717), 프랑스(549) 등 다른 국가들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HHI 지수가 높을수록 수출 편중 정도가 심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한국의 수출 대상국이 특정 국가들에 상대적으로 크게 쏠려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수출 품목 집중도 지수 또한 한국이 520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어 일본(389), 영국(344), 미국(230) 순으로 나타나 한국의 품목 집중도 역시 심각한 것으로 진단됐다.
관세 폭탄에 대미 자동차 수출 6개월 연속 하락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5년 8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작년 8월보다 8.6% 증가한 55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8월 최대 실적이다. 다만 한국의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작년 8월보다 15.2% 감소한 20억9천700만달러로 나타났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한 영향 등으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수출 다변화, 기업 생존 및 성장에 필수적
한국무역협회는 9만2천385개 국내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2024년까지의 수출 실적을 실증 분석하여 수출 다변화의 중요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분석 결과, 기업의 수출국이 1개 늘어날 경우 2년 이상 수출 실적이 없는 '수출 중단' 위험은 5.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출 품목이 1개 늘어나면 수출 중단 위험은 1.2% 줄어들었다. 이는 수출 대상국과 품목을 다양화하는 것이 기업의 안정적인 수출 활동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같은 기간 수출을 지속한 2만2천755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추가 분석에서는, 수출국이 1개 증가할 때 기업의 연간 수출액이 7.8% 증가했으며, 수출 품목이 1개 늘어날 때 연간 수출액은 1.1%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실증 분석 결과는 수출 다변화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수출액 확대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임을 보여준다.
◆ 불확실한 대외 환경 대응 위한 '전략적 다변화' 시급
보고서는 종합적인 분석을 토대로 불확실성이 커진 대외 무역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출 다변화가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진단했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 수출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특정 시장이나 품목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신흥시장과 신산업으로의 전략적 다변화가 절실하다"고 밝히며,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을 위한 강력한 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수출의 구조적인 약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기업 모두가 다변화 전략 마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